요즘 내가 배우는 낚시는 플라이 낚시다.

우리나라에선 로버트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제목의

영화에 등장하는 낚시로 알려져 있다.

적당히 긴 낚시대에 노끈과도 같이 굵직한 줄을 달고

그 끝에 벌레, 물고기, 지렁이, 혹은 옥수수처럼 생긴 가짜 미끼를 달고 물고기를 유혹한다.

그 기원은 기원전으로 아주 오래되었지만 낚시의 한 분야로서 자리매김을 한 것은 영국이기에

영국이 그 종주국으로 두고 있고, 실전 위주의 발전은 북미지역에서 중심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각국에서 혹은 번성하고, 혹은 퍼져가고 있다.

우리말 번역은 제물낚시라고도 하고,

나의 동생은 고기에게 먹지도 못하는 걸로 사기를 친다고 주장하며 "사기야 사기" 라고 부르기도 하며,

나의 모친은 생미끼를 주어가며 고기를 낚는 보통낚시와 비교하여 고기에게 남는 게 전혀 없는

"인정없는 낚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 플라이 낚시는 낚시바늘 위에 새털, 짐승털 등의 각종 자연재료와

비닐, 스폰지 등의 인공재료를 이용하여 마치 고기의 먹이와 같이, 혹은 공격대상과 흡사하게

꾸며 놓고 낚시꾼의 손놀림을 통해 고기가 물도록 유혹하는 낚시이다.

어려서부터 걸음을 떼고 말문을 뗄 무렵부터 낚시를 즐기시는 부친께서 나를 데리고 다니셨던

덕에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낚시를 배워 왔던 내가 갑자기 플라이를 접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에 흐르는 강물처럼 이란 영화를 보고나서 부터이다.

음 저런 낚시가 있군.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성격 덕에 곧장 나름대로 배우기 시작했으나

거주지가 부산이었던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지식도 얻을 수 없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니

엉망일 수 밖에 없었다.

일반 루어낚시대에 무작정 굵은 낚시줄을 감아 가짜미끼를 달고 휘두르기 시작했었다.

(실제, 플라이 낚시는 보통 것과는 조금 다른 전용 낚시대와 릴, 낚시줄이 따로 있다)

그리고 어느 가을 날인가? 무작정 수업을 빼먹고 강원도 삼척으로 친구와 함께 달아났다.

비를 맞으며 침낭하나로 밤을 새고 담날 새벽부터 엉터리 채비로 계곡을 누볐다.

강원도의 산 위로 해가 떠오를 무렵 물고기를 닮은 플라이(가짜미끼)로 산천어 한마리를 낚아냈다.

어여쁜 자태.... 이보다 이쁜 물고기를 본 적이 없었다.

한시간을 돌로 만든 웅덩이에 담아두고 바라보다 계곡을 떠날 무렵 놓아 주었다.

그것이 나의 첫 조행(낚시여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최근 유명한 플라이 낚시터인 대이리 계곡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후로 나는 졸업과 취업 등으로 정신없이 서울로 옮겨 온 후, 몇년을 보내다가

결혼과 함께 여유를 찾은 나는 플라이를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내가 플라이 낚시를 최근에 좋아하는 이유는 몇가지 있다. 그건 담에 쓰기로 하자.

줄곧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고기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낚는 것에만 즐기던 나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젊은 혈기에 지루해 하기 시작했었고,

새로이 눈에 띈 플라이 낚시는 처음에는 솔직히 "폼 나잖아" 라는 유행어처럼

괜히 남들이 모르는 낯선 장비와 이국적인 멋진 캐스팅(낚시줄을 날리는 것) 등에 마음이 혹했었다.

누군가 물으면 우쭐해서 설명도 하고, 그냥 민 낚시대를 던져놓고 하루종일 붕어를 기다리는

낚시꾼을 보고 한심해 여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곧 나도 플라이에 지쳐가기 시작하였다.

매번 출조 때마다 자기 딴엔 폼은 나지만, 고기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 한국에선 플라이낚시로 고기 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고수가 되면 다를 수 있지만,

한국에는 플라이에 잡히는 어종이 몇 종류 되지 않고 또 잘 낚이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잡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나는 오만해졌다. 나와 같은 또 다른 초보자를

가르치려 들었고, 잡히지 않으면 답답해지고, 또한 많이 잡지 못하면 아쉬웠고,

항상 아내와의 약속시간을 넘겨서 귀가하곤 했다.

하지만 이젠 조금씩 플라이를 아니, 낚시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