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잉이란 플라이 바늘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쇠를 다듬어서 낚시바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고

(물론 가끔은 피아노줄과 같은 철사 등을 이용해서 직접 만드는 수도 있긴 하다)

이미 만들어진 플라이 낚시 전용 바늘에

새털, 짐승털과 같은 자연물이나, 금속, 비닐, 스폰지 등의 인공물을 더해서

마치 물고기의 먹이나 공격대상물로 보이게 꾸미는 것을 타잉이라고 한다.

이때 각 재료들을 실로 감고, 묶어서 부착시키기 때문에 묶는다는 의미의 타잉이란 용어가 쓰였다.

플라이 낚시의 기원을 살펴보면  동유럽 혹은 중동지방의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가로지르는 유프테라스 강가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많다. 그 지방의 옛 기록에 털바늘을 이용해 송어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플라이 낚시를 설명하는 책자에서 얼핏 본 것으로, 역사나 연도 등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 탓에

정확하지 않은 기억일지도 모른다.

곤충을 주 먹이로 하는 송어를 낚기 위해 낚시바늘을 곤충처럼 꾸몄다는 것이 플라이 낚시의

기원이었던 것 만큼 플라이 낚시의 시스템이 다른 낚시와 특히 다른 점은 타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 어디에도 미끼를 낚시꾼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낚시가 있던가?

일부 루어 낚시나 일본의 덴까라 낚시(플라이와 유사함), 그리고 한국의 피라미 도깨비 낚시 등은

미끼를 만들어 쓰기도 하지만, 그 종류의 다양성과 깊이에서는 플라이 낚시를 따라가지 못한다.

체계화되어 전 세계에 알려져 있는 전통 종류(패턴이라고 부른다)만 수백 여 가지에 달하며,

각 패턴에 따라 색과 재료와 모양을 바꿔 가며, 변형 가능한 훅이 기본 패턴의 몇 십배가 되며,

해마다 전 세계의 플라이 낚시꾼들이 수백 종류의 자신만의 독특한 패턴을 개발해낸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어디에 잘 먹히는 누구네 훅이네, 어디서 우승한 000훅이네 하는 것들이

자료들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시중에 돌고 있는 것만 수 만가지가 될 것이고

만들었다 고기를 낚지 못해 폐기된 바늘은 그것에 십여배가 될 것이니,

가히 그 규모와 타잉에 대한 플라이 낚시꾼들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나도 처음 플라이 낚시로 고기를 잡았던 것보다, 내 손으로 만든 플라이 낚시바늘로

고기를 잡았던 것이 더욱 기억이 남는다.

비록 내가 잡은 것은 아니고 아내의 손에 잡힌 것이지만......

몇년 전, 저수지에서 송어를 풀어 놓고 잡는 유료 낚시터였었다. 처음으로 송어를

잡게 된 아내는 무척 당황하였고 즐거워 했었다. 나보다 먼저 송어를 잡는 아내에게

다소 부러움을 감출 순 없었지만 밤 새워 만든 돌대가리(한국에서 유명한 송어용 타잉패턴)라는

이름의 낚시바늘에 고기가 문 것에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초보자를 고려해 준 송어가 고맙기도 하고,

이제야 나도 플라이 낚시꾼의 반열에 들어선 듯 흐뭇해 했었다.

먹지도 못할 것을 마치 먹을 것처럼 만들어 고기를 속이는 재미,

날개를 달까, 다리를 달까, 더듬이를 달까, 고기와의 두뇌싸움이 플라이 낚시꾼들의 상상력을

늘리는 한편, 플라이 낚시를 흥미진진하게 하는 것이다.

오래된 역사 덕에, 고기 종류마다 잘 무는 패턴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패턴에 질린

플라이 낚시꾼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패턴을 개발하여 시험하고 스스로 대견해 한다.

고기의 지능이 얼마나 될 꺼라고 사람이 그걸 못 이기겠느냐고 어이없어 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기는 지능으로 밥을 먹는 게 아니고 본능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사람이 얼마나 자연을 닯은 혹은 자연을 꾀어낼 바늘을 손으로 만드는 가가 포인트이다.

날벌레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 플라이 낚시꾼은 그 곤충의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을 채집하여

생활단계를 연구하고, 주 먹이, 서식환경 등을 꼼꼼히 기록하며 연구한다.

곤충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각 지역의, 각 나라의 계류와 전체 수자원을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급기야 그들은 물과 관계된 것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 정도의 환경보호론자와 실천가가 된다.

(나도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면 한강을 생각해서 꼭 기름찌꺼기에 신경쓴다.... 하하)

자신들이 낚아 내는 고기를 보호해서 다시 낚시를 즐기고자 하는 욕심도 있지만,

우리가 알 수 없던 물 속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그들은 자연과 가까워지고

우리에게 소중한 또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늘을 끊어 먹지 않는 한, 물에 남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생미끼를 쓰는 다른 낚시보다

환경오염 측면에서도 덜하게 된다. 물론 나처럼 강바닥을 많이 낚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단계는 고수가 된 후의 나중 문제이고, 늘 생각나는 것은 아니고

가끔 틈날 때나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다음 출조 때는 어떤 바늘로 고기를 꼬여 볼까 생각하는 것이 플라이 낚시꾼의 평상심이다.

나도 여러 가지 이유로 출조를 못하게 되면, 밤새워 플라이 낚시바늘을 만드는 것으로

즐거움을 대신하게 된다. 장거리 출장 시에나 출퇴근 등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엔

늘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머리 속과 종이 위에서 플라이 바늘을 디자인하곤 한다.

길이와 색깔, 반짝임의 유무, 물위에 뜨는 것인지 가라 앉는 것인지, 무엇을 닮았는지,

물에 뜨거나 젖게 되면 어떻게 보이는지, 물 속에서의 움직임은 어떻게 될지, 무게 중심은

어디쯤 줘야 될지를 길이 0.5cm에서 혹은 10cm가 넘는 바늘 위에 상상해 본다.

그리고 재료를 무엇을 써야할지.....

플라이 낚시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주로 닭털, 공작털, 꿩털, 오리털 등 새털을 이용하기도 하고

사슴털, 토끼털과 같은 짐승털을 쓰기도 한다. 하지면 현대에 들면서 각종 화학재료가 많이

늘어나면서 그 범위는 사라져 버렸다.

쿠션의 스폰지, 담요의 솜부스러기, 과자봉지의 반짝이, 인형의 눈알, 선물포장지.....

끊임없이 원하는 주제를 표현할만한 적합한 재료를 찾아 시험해보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길에서 뭔가 조금만 이상한 재료를 보면 "그거 나 조금만 얻자" 라고 말하는

버릇이 들어 버렸다. 항상 동료들은 "이거 뭐하게" 라구 묻지만, 나의 "낚시바늘 만들게"라는

대답에 지쳐 버린지 이미 오래다. 요즘은 한심해 하지도 않는다.

아차 한가지 더 있다. 길을 걷다 새털이 떨어져 있으면 꼭 줏어서 주머니에 담아 온다.

아... 이건 나만의 버릇이 아니다, 플라이 낚시꾼 모두의 버릇이다. 진짜다....

왜냐면 가게에서 파는 플라이 낚시의 재료들은 가격이 꽤 비싼 편이기 때문에....

가끔 엉뚱한 재료선택과 디자인을 하게 되면 플라이 낚시에 회의적인 동생은 힐책한다.

" 형이 고기라면 그걸 물것나? "

내가 만든 플라이가 고기를 꼬여낼 때도 있고, 무시당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만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