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황금 물고기
찌르찌르 미찌르의 파랑새 이야기를 들어보았나?
혹시 낚시꾼에겐 황금 물고기가 있지 않을까?
날마다 날마다 수없이 물가에 서는 낚시꾼의 이유는 뭘까?
고기를 낚는 즐거움 그리고 먹는 즐거움 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남을 위한 변명이 아니고 나를 위한 대답이라면 그래도 뭔가 약간 모자라는 것 같다.
시즌에는 마치 중독처럼 점점 가속이 붙어 틈만 나면 낚시갈 궁리만 하는 나를 보면
분명히 뭔가 더 있는 것 같다.
자연을 즐기고 그 속의 생명과 호흡하고 나도 마치 자연인(自然人)인양 착각하며
저만의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는 어여쁜(?) 보통 낚시꾼처럼 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나름대로 도 닦으러 다닌다는 말도 안되는 나만의 변명도 있지만,
좀 더 그럴싸한 변명꺼리를 찾아 보자
혹시 전생에 낚지 못한 뭔가를 낚으러 다닌 건 아닌가?
필생에 한 번 낚을 인연의 무언가를 낚으러 다니는 건 아닌가?
무슨 전설의 한 토막처럼 누구던지 낚기만 하면 신선이 되고, 성인이 되어,
집채만한 잉어의 등에 올라 타고 황금 낚시대를 비껴끼고 하늘로 승천하게 될
그런 물고기가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나는 무의식 속에 그 녀석을 낚으러 다니는 건 아닌지?
어쩐지 '이외수'님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 "황금 물고기"가 어울릴 것 같다.
그런 일이 있다면 꽤나 재밌는 일 일테지만,
실존의 여부를 떠나서 번쩍이는 '차세대밀레니움디지탈광통신테크노피아'를 살고 있는
어정쩡한 나에겐 이젠 별로 와닿지도 않는다...-_-;
아무리 굴려봐도 내 낚시의 이유의 한계는 낚고 낚이는 재미로 굳어져 버리나 부다.
그저 내 그릇에 맞는 자그마한 딴 생각을 해본다면,
행복을 가져다 주고, 삶의 기쁨을 전해주는
저 찌르찌르 미찌르의 파랑새 마냥,
특이한 물고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낚는 모든 물고기들이 혹은 나의 주변에 흔한 모든 물고기들이
파랑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낚시꾼인 이상, 낚시하는 그 순간만은 최고의 즐거움이 아닌가?
한번의 낚시와 그 낚시의 준비와 끝마침의 과정까지
철저히 나를 살아 있게 느낀다.
비록 낚시에 초점이 맺혀 있지만,
낚시와 나머지 모든 것은 사슬처럼 얽혀 있어,
나머지 삶이 즐겁고, 노동이 즐겁고, 숙면이 즐겁고, 쾌변이 즐겁다.
그래서 나는 다시 또 낚시를 가고....
물론 그들은 그들의 행복과 기쁨을 희생하며 나에게 낚여 옴을 잊진 말자.
다음에 나에게 낚인 고기를 보면 꼭 파랑새 생각을 해야 겠다.
근데 혹시 또 아냐?
어딘가 황금 물고기가 번쩍이는 지느러미를 흔들며 어슬렁 거릴지.....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