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날, 시덥잖은 한 조각을 뒤져다가 해보는 놀이 중의 하나가

나도 속해 있는 사람을 분류 해보는 일이다.

예를 들면 세상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쩌구 저쩌구.....

앞에 있는 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 음식을 제일 먼저 먹는 사람하고,

제일 나중에 먹는 사람하고, 맛있는 음식만 먹고 맛 없는 음식은 버리는 사람....

한 날, 뜻밖에 점심을 얻어 먹은 나는 초대자의 세심한 배려로 식당에서 제공하는 사탕 두 알까지 손에 쥐었다.

입안의 텁텁함을 가시고자 깨물은 한 알은 의외로 꽤나 만족감을 주었고,

서점의 볼 일을 보러 가는 동안 남은 사탕 한 알 생각이 무럭 무럭 피어 났다.

"이놈을 마저 입에 물고 잠시 동안 지상의 낙원을 세워봐? 아님 강도는 약하더라도 사무실에서 시간을 연장해 봐?"

예의 3종류 사람을 비교해가며 어떻게 먹는 게 가장 남보기 좋을까? 아니면 나 다울까?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이렇게 머리를 굴리다가 서점 앞에 이르러자 나는,

별 구질구질한 고민을 다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코 사탕 포장를 찢어 입안에 한 입에 털어 넣어 버렸다.

이제는 사탕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른 고민은 어느새 잊어 버리고,

일상에서 단지 무감각함으로써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즐거움, 아니 즐거움 뿐만 아니라 시고 달고 쓰고 맵고 짠, 인생을 맛 보지 못함에 대한

후회가 날 덮친다.

두렵고, 귀찮고, 어려워만 했던 모든 것이 단지 아무 생각없이 뛰어들기만 하면

삶의 구석구석을 몸으로 느끼면서 나의 영역이 확대되는 기회가 되는 걸텐데....

누구나 삶의 끝를 알고 있는 인간이,

나 이외의 존재가 가지는 무한의 세월 속에 찰라를 살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인간이,

행동하지 못해서 사그라 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차피 나를 포함한 많고 많은 인간들 중에 행동과 실행이란 칼을 쥔 인간들은 영웅과 악인 뿐일꺼란

한숨으로 뭉개버릴 수 있지만,

단지 느끼지 못해서 놓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나의 게으름일 뿐이다.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면 하루 하루 일분 일초 살아가는 내용은

그가 가지는 느낌에 의해 좌우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걸 느끼는 인간은 몇 배의 삶을 사는 셈이다.

삶이 바쁘다는 핑게로 피곤하다는 핑게로,

감각을 닫고 마비시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낚시꾼인 내가 평소에 그럴 수 있었던 건 단지 낚시 할 때와 낚시를 기다릴 때 뿐만이지 않았나?

사실 그 시간만이라도 제대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면 내 삶은 더욱 깊고 풍요로울 일이다.

단지 낚고 놓칠 때만 아니라 낚시를 준비하고, 가고, 돌아오는 모든 것에서도

느끼는 낚시가 된다면 낚시꾼이 갖는 즐거움은 몇 배로 증폭될 덴데......

물론 낚시 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빠져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러할 테고,

사는 모든 조각 조각마다 그럴 수 있다면.... 일단 짐작이 안되는 군.

나는 얼마나 넓고 깊은 감각을 지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