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바늘 밖의 물고기
봄바람이 나를 꾀는지,
내가 나를 꾀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요즘은 그럭저럭 낚시 다니기 편안한 날이 되어서
가끔 여의도 샛강을 나가고 있다.
잉어를 꼬셔 본답시고 마커에 구더기 훅을 달고 한참 흘리던 중에
발앞에 뭔가 움직임이 눈에 띈다.
"어! 짱어 잖아?"
바로 민물 장어였다.
아마 매매도 된다 던가....^^;
한뼘이 채 되지 않는 내 발 앞 얕은 물가에서 꼬물 대며 상류로 거슬러 오른다.
나는 잠시 낚시를 멈추고, 움직임도 멈춘 채 녀석을 살폈다.
내가 밟고 있는 돌틈을 뒤졌다가 또 다른 틈새로 파고 들기를 반복하며,
여린 물살을 씩씩하게 헤치며 오른다.
꼬물 대는 몸짓은 친숙한(?) 뱀과 같지만,
철없이 대낮에 낚시꾼 앞에 나타나는 자태에 오히려 귀여움이 느껴진다.
열린 문틈으로 아장아장 놀러 나온 이웃집 애기나,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뻣장다리로 외양간을 나서는 어린 송아지,
조심스레 닭장 밖을 처음 나서는 병아리 마냥.....
그리 바쁘지도 않은지 여유있게 움직이는 모습에
바라보는 나는 마냥 즐겁다.
낚시꾼의 바늘에 걸려 있지 않은 장어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아차, 한번 바늘에 걸려 나온 장화 속에서 나온 녀석을 본적이 있다...-_-;
나는 낚시 나와서 내 바늘에 걸리지 않은 채로
고기들이 자유롭게 계절을 즐기며 여유있게 노니는 고기를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즐길 수 있었던 적은 몇 번이나 있었나?
나는 보이는 고기 잡기 바빴고, 그러다가 놀래켜서 모두 쫓아 버렸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내게 놀러 온, 혹은 말이라도 걸러 온 녀석들일지도....-_-;
아마 오늘의 꼬마 장어는 워낙 드문 고기라서 그랬던 것일 테고,
평소의 나는 이렇지 않았다.
낚시대를 꺽어 버리지 않는 이상 낚시를 멈출 수 없는 일이지만,
나와 내 낚시대 사이에서 놀아준 녀석들은 녀석들 대로 이뻐하고,
자유롭게 노니는 녀석들 또한 같이 이뻐하며, 서로를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어쩐지 올해는 물 속의 친구들 만나기가 어렵지 않을 듯도 하다.
이렇게 착각해도 되나??
내가 계속 고기 욕심만 없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