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여의도 샛강


 

나는 출퇴근길엔 지하철2호선을 탄다.

하루에 2번씩 오가며 보는 여의도 샛강,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돌려보는 양화대교 공사장....-_-;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우나~

 

오늘은 누가 나와 있나, 몇 명이나 나와 있나를 비롯해서,

물색과 수량, 바람에 의한 표면까지 찬찬히 살핀다.

혹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이라도 보게 되면(제법 멀지만 플라이 낚시꾼의 캐스팅은 눈의 띈다)

무척이나 반갑다.

 

나혼자 통칭, 샛강이라고 부르는 여의도 샛강의 끝무렵에는

나만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상념들이 흩어 있다.

플라이 낚시를 시작하면서 주로 연습을 나왔던 곳이 이 곳이었고,

강준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을 처음 사귄 곳도 이 곳이었고,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여러 플라이 낚시인들을 뵙게 된 것도 이 곳이었다.

그리고 또 그곳에서 뵌 다양한 장르의 낚시인들을 통해 낚시에 대한 치우치지 않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날 착각(?)하게 만든 곳도 바로 이 곳이다.

 

집과 가까운 탓에 자주 들락거린 탓도 있겠지만, 이미 나는 첫 정이 깊이 들어

요즘 같이 시즌이 이른 때는 양화대교 쪽이 고기 낚기엔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한강으로 나서게 되면 으례 샛강 쪽을 향하고 있다.

 

요즘도 뭐 마찬가지지만, 한 날 샛강을 하찮게 여기고 강원도의 계류만을 그리워 했던 적이 있다.

사실 샛강의 수질은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

제법 맡을 만한 향취와 함께, 생활 오폐수를 비롯하여 가끔 죽은 서(鼠)선생도 떠 내려오는 정겨운 곳이다.

게다가 그 상류에는 한국에서 여러가지로 유명한 구케의사당도 있지 않던가...-_-;

낚여 오는 고기들도 물에 걸맞는 그윽한 비린향을 갖고 있고,

일단 손에 묻히게 되면 비누로 씻어도 금방 지지는 않는다.

주변의 시끄러운 차량소리와, 간간이 오가는 행인에, 포인트에 돌던지는 꼬마아이들,

가끔은 술취한 행인의 시비까지....

객관적으로 봐서는 인적드문 강원도의 호젓한 계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맑은 공기에 그냥 마셔도 될 듯한 맑은 물,

아름드리 큰 나무와 깍아지른 절벽들이 말없이 내려다만 보는 경치, 절경, 비경.....

나도 늘 그런 곳에서만 낚시하고 싶다. 늘 폼나게....-_-;

 

하지만 이젠 벌써 사귄지 제법되는 샛강의 친구들이 오히려 정답고 살갑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게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여기에나 어울릴까?

물이야 어떻던, 경치야 어떻던, 환경이야 어떻던,

내가 낚는 대상은 고기고, 그들은 친구다.

후줄근한 추리닝 바지에 샌달을 끌며 포장마차에서 만나나,

번쩍이는 정장에 두둑한 지갑을 끼고 단란한 주점에서 만나나

친구는 친구다.

다만 만나는 그 순간이 행복이고, 만남을 기대하는 순간이 즐거움이다.

한달에 몇 번씩 나가면서도 느끼지 못했을 뿐.....

 

행복은 항상 멀리 있지만 인간이 느끼는 그 순간에 찾아온다고 하던가?

샛강이건 머언~ 계류이건 그 순간을 찾기는 낚시꾼의 마음에 따라 어렵지 않다.

그렇게 낚시를 해나가야 겠다.

다만 내가 친구로 여기는 이들은 오히려 내게 낚이지 않는 것이 행복이고 즐거움 이겠지...-_-;

자,  이제 또 퇴근길이다. 

혹시 오늘 퇴근길에서 누군가 샛강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species 이겠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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