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차표 한 장


 

지갑 한 장에 꼬깃꼬깃 접혀 있는 기차표 한 장....

이번 일요일에 나를 저멀리 남쪽 낚시터로 데려다 줄 녀석이고,

낚시꾼인 나에겐 일주일을 기다리는 희망의 표식이다.

마치 돼지꿈을 곁들인 복권 한 장 마냥....

 

나는 낚시는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게으른 탓에 멀리 낚시 가기를 어려워 한다.

기나긴 귀향길과 피곤한 장시간 운전이 있기도 하지만,

쓸데 없는 시간도둑 이론을 외고 있는지, 직장에서 얻은 능률과 합리화에 쩔어 버렸는지,

단순히 교통체증으로 오가며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편안한 승용차로 부~웅 다녀온다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십상이다.

그리고 밖이야, 남이야 어떻든 나는 문 걸어 닫고, 에어콘이나 히터를 알맞게 틀고,

내릴 장소에 달랑 내려, 안 낚이면 다시 옮겨 가고 하는 낚시가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해서,

실은 아직 내 차를 가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지,

어린 시절 마냥, 버스와 기차, 그리고 택시나 히치하이크 등을 시간맞춰가며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체력만 믿고 두 발로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일이 속 편하다.

어차피 여기저기 뒤적 거리지 않고, 말뚝 박아 논 듯

한군데서 이 짓 저 짓 해보는 낚시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시간은 더 걸릴 수 있고, 몸도 피곤할 수 있지만,

또 그렇게 다녀온 낚시가 더욱 남는게 많았던 듯하다.

단순한 출조가 아닌 낚시여행으로 변신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차로 달랑 낚시 다녀오면 낚시꾼만 만나고, 낚시터만 보고 오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보통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온다.

낯선 시골역의 포장마차 오뎅국물이 평생 기억에 남는 가하면,

낯선 사투리의 낯선 친절에 식었던 인정을 데펴 오기도 한다.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 그들 눈에 비치는 나, 다시 느껴지는 바로 그 나....

 

비록 나는 낚시를 간 것 뿐이지만, 돌아올 때 나의 낚시가방엔

한 마리의 고기는 없더라도 뭔가 따뜻한 것으로 변해버린 오만가지 추억들로 그득하다.

덕분에 낚시 이야기 쓸 꺼리도 생긴다.....^^;

 

고기가 주인공에서 좀 벗어난 듯해서 섭섭해할지 모르지만,

나로 집중되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낚시꾼으로서의 혹은 그냥 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들먹이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제차를 운전하는 동안에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자유시간이다.

물론 그 동안은 깨닫지 못하지만 조금씩 쌓여 가는 걸 느낄 순 있는 것 같다.

이렇다 보니 낚시 장소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좀 웃기기도 하다.

대중교통이 가능한 낚시터만 찾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니까.

그래도 그저 원하는 낚시를 한번 던져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지 않나?

 

나는 또 지갑 속의 차표 한 장을 꺼내들고 혼자 씨~익 웃고 있다.

근데 왜 차표 한 장이냐구?

돌아 올 땐 입석이기 때문에.... 하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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