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낚시보다 소중한 것
지난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사이에 난 낚시를 다녀왔다.
뭐 전부터 계획을 잡아 둔거긴 하지만,
하필이면 그 때 잡았담......
어린이 날에는 미리 놀이공원도 다녀오고, 당일 날엔 아이 옷이랑, 책도 사고 했지만,
어버이 날에는 선물도 보내 드리고, 용돈도 부쳐 드리고 했지만,
맘 한 구석에는 뭔가 찝찝하고 죄송한 마음이 그득하다.
낚시갈 여유가 있으면 애기 데리고 고향에 부모님이라도 찾아 뵙지,
나는 또 낚시질이냐?
나에게 낚시란 그리도 소중한 것인가?
낚시보다 소중한 건 도대체 무얼까?
일상을 쪼개서 겨우겨우 틈틈이 가는 낚시와 생활을 비교한다는 건,
좀 어긋나 보이지만, 낚시꾼이 아니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생각이다.
특히 섭섭한 낚시꾼들의 가족이라면....-_-;
오랜 낚시꾼이라면 누구가 한번 쯤 들어 보았음직한 가슴 뜨끔한 대사가 있지 않던가?
"선택해 봐요! 도대체 낚시에요? 나에요?"
낚시를 다녀온 내가(-_-;) 자리에 앉아 찬찬히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건강, 아이와 가족의 행복, 먹고 사는 밥벌이,
심지어 나의 팔 한 짝(손가락 하나는 잘 모르겠다..^^;)까지
낚시와 바꾸고 싶진 않을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과 무거움을 따진다면 아마 내가 낚시를 위해
내놓지 않을 것들은 훨씬 많지 않을까?
물론 몇 달씩 낚시를 굶은 나라면 뭔가 조금은 더 내놓겠지만,
그래도 소중한 몇몇은 아마 순위를 바꾸지 않을 것 같다.
우찌 보면 아직 낚시에 덜 미쳤거나 진정한(-_-;) 낚시꾼이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낚시에 잡아 먹히기 보다는 같이 놀고 싶은 나는,
그냥 이대로 지내고 싶다.
간혹 일에 바빠 헤매거나 낚시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줄어들 무렵
낚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당연하겠지만,
낚시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끼면서도 낚시를 때에 따라
뒷전으로 물려 놓을 수 있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골수 낚시꾼들을 보면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생활과 낚시를 용케 병행해 가는 묘기를 보인다.
나는 일찌감치, 스스로 낚시는 낚시일 뿐이다고 뒷 켠으로 내던져 둔 척 하고 있지만,
아직 어설픈 낚시꾼인 나의 마음은 늘상 콩밭을 헤맨다.
혹시 낚시를 아주 오래 하다 보면 낚시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르겠다.
그건 정말, 임종을 앞두고 누운 낚시꾼에게나 들을 수 있을 고백일까?
오늘, 낚시대를 어깨메고 나서는 나는 느낄 수 없는 단계인가?
낚시꾼에게 낚시가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낚시로 먹고 사는 어부가 아닌 이상,
경중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닐까?
취미가 생활보다 낫고, 어느 취미가 게 중에 제일 나은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다.
낚시는 낚시고 생활은 생활이다.
이 말이 진실로 느껴지지 않는 동안에는,
그저 내 속의 낚시가 저절로 무게를 버리고 버려서
솜털 마냥 바람에 나부낄 때까지
기다려 볼 뿐.....
그 때쯤이면 난 낚시를 타고 사막을 건너
모래알을 낚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