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낚시대 없이 낚시 하기


 

퇴근길....

여지 없이 당산철교를 건너며 여의도 샛강을 살핀다.

벌써 못 가본지 한 달이 되었군...

그래 함 가보자.

 

저녁마다 하는 짧은 운동시간을 포기하고, 오늘은 샛강을 들려 볼 생각을 했다.

정장에 구두에 책 한 권을 옆에 낀 채로....

남들이 흔히 얘기하던 물가에선 그 어색한 복장으로 말이다.

 

무작정 당산 역에 내린 나는 마을 길을 지나, 한강가로 나갔다.

저녁 햇살이 제법 눈부시다.

수위는 여전히 낮고, 본류는 이젠 익숙한 가뭄으로 제법 탁하다.

강가에는 릴 낚시꾼들이 역시 여전하다....^^

누군가 쏘아 올리는 떡밥 한 뭉치,

익숙한 솜씨인 듯, 정확히 45' 를 이루며 물 위를 나른다.

풍 덩~!

언제 보아도 호쾌한 릴 낚시의 채비 투척이다.

 

샛강 어귀에 다가가자 각다귀의 혼인 비행 무더기가 기둥 마냥 군데 군데 서 있다.

벌써 저녁 해치가 끝났나 보군.

손바닥으로 찬찬히 밀어가며 무너미로 들어 섰다.

대낚시 꾼들이 제방의 왼쪽을 차지하고 촘촘히 앉아 있다.

'어? 저분은'

작년 가을 쯤까지 뵙고 올해는 처음 뵙는 낯익은 노인장 한 분이 맨 끝에 앉아 계신다.

샛강의 터줏대감 중의 한 분으로 늘 내게 소주 한 잔을 권하시던 분이었다....^^;

음주 낚시는 안 된다며 난 늘 사양했었지....^^;

"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뵙습니다."

"응 오랜만이구만"

정장 차림을 한 내가 낯선지 약간 어색한 표정이시다.

제법 높인 찌톱이 이상해서 몇 마디 여쭌다.

"바람이 제법 있는데, 찌보시기 어려우시겠군요."

"그래도 강붕어는 바람 있는 날이 좀 낫지. 쭉쭉 올려주니까 상관없어."

"수심이 얕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칸반대 치고는 채비가 너무 멀리 있다.

"1M 조금 넘어"

"좀 하셨습니까?"

"응 오늘도 몇 마리 혔서, 요즘 고기 많이 나와...."

그리고 그간의 샛강 소식을 낱낱이 전해 주신다.

늘 그렇듯 한강의 터줏대감이신 영감님들께 조황정보를 많이 얻는 편이다.

처음 내가 샛강에 다닐 땐, 왠 이상한 낚시꾼이냐고 괄세를 받았지만,

내가 뵐 때마다 부지런히 인사 드리고, 간혹 큰 고기를 올리곤 하는 모습을 보곤

이제는 겨우 낚시꾼 취급을 해주시는 편이다...^^;

한 동안, 노인장의 찌 톱을 내 것인 마냥 즐기다 돌아 선다.

 

수로에는 루어 낚시꾼이 두 분 있다.

인사를 드리고 조황을 물어 본다.

"좀 하셨습니까?"

"아! 예, 방금 와서요..."

그 분도 나 마냥 정장바지에 타이만 푼 셔츠 차림, 루어 대 하나와 채비주머니 하나만 달랑 들고 오셨다.

동질감에 어색한 마음을 조금 삭혀 본다.

한 동안 뒤에 서서 낚시를 지켜 본다.

지그 훅에 붉은색 그럽웜을 달고 적당한 캐스팅으로 강을 훑는다.

카운트 다운을 짧게 하는 것으로 보아 중간 수심을 노리나 부다.

천천히 액션을 주며 릴을 감는다.

장애물을 넘고,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훑으며, 바닥에 걸리기도 하고....

또 한 동안, 그럽웜이 내 것인 마냥 즐겼다.

 

수로를 찬찬히 살피니 살치보다 가느다랗고 길쭉하며, 녹색끼가 다분한 고기들이 수로를 따라 놀고 있다.

주둥이도 뾰죽하고.... '음, 벌써 줄공치가 왔군. 하긴 올 때가 되었지.'

그 뒤로는 살치 떼가 이어 있다.

낚시줄에 놀라 펄떡이면서도 제자리를 놓지 않는다.

늘 그렇듯 3월이면 살치가 먼저 오고, 5월 초면 줄공치가 오고, 6월이면 강준치가 제대로 온다.

물때만 좋고, 조용한 저녁이라면 올 법도 한데.....

썰물로 물이 바닥까지 빠진 상태고, 물 흐름이 조금은 약하다.

저 멀리 강준치 포인트를 살핀다. 석양에 반짝이는 잔 물결....

그러나 전혀 라이즈가 없다.

살치나 줄공치도 여유 있게 노니는 걸로 봐서 아직까진 강준치가 제대로 들어오진 않나 부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잠깐 들어 올까?

이제 잉어나 붕어의 라이즈도 현저하게 줄었다.

산란은 마쳤겠지?

발 아래 바위 밑을 살피니 1cm 정도 될까 말까한 치어들이 수천마리 떼를 지어 노닌다.

아마 붕어의 자손일테지.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들이밀고 살펴도

아직은 낚시꾼도 못 알아 보는 듯 아랑곳 없이 잘 노닌다...^^

수족관에 넣고 키워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 먹히기 전에 데려가서 5cm 정도 될 때까지 키웠다가 다시 놓아주면 어떨까?

안개가 흐르듯 움직이는 물속의 그림자들을

한동안 찬찬히 보고 즐긴다.

 

엇! 옆에 있던 대낚시꾼 한 분이 대를 세운다.

붕붕 우는 낚시대, 잠시 동안의 실랑이 끝에 준척이 올라 온다.

붉은 아가미가 인상적인 토실한 붕어 한 마리다.

주위의 모든 낚시꾼들의 시선이 쏠린다.

다들 한 마디씩 축하를 거든다.

낚시꾼은 얼른 붕어를 빼서 살림망에 담는다.

난 아직 얼굴도 덜 봤는데, 아쉽다....-_-;

 

이제 다시 무너미 위쪽, 소 꼬리 부분이다.

본류보다 오히려 샛강의 물색이 맑다. 수로의 흰 물은

본류를 미약하나마 조금씩 탈색시키고 있다.

아마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서 방류를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동안 조금 온 비로 큰 소의 물색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이 역시 강준치 시즌의 신호다.

수로의 돌무더기에는 물풀들이 조금씩 자라고, 회색 퇴적물과 녹조는 많이 줄었다.

그런데 약간 붉은 색의 참게 한 마리가 비스듬하게 진흙에 박혀 있다.

볕에 말라 죽은 녀석을 아이들이 물에 담아 둔 모양이다. 혹시 살아 날까봐....

소 꼬리는 꼬마 살치들이 자라는 곳이다.

소에서 미지의 해치가 시작되면 꼬마들은 여기에 모여서 저녁식사를 즐긴다.

해치는 벌써 끝났고, 간혹 떠 내려오는 탈피껍질에도 입질을 해댄다.

나를 알아 챘는지 물 속을 재빠르게 헤집는 꼬마들을 살피며

그들의 움직임을 즐긴다.

 

소 중간의 자잘한 라이즈는 여전하고, 메기 포인트에는 말초가 그득해졌다.

메기가 붕어에 쫓기지 않았을까?

저 멀리 갓 태어난 듯한 아기들을 동반한 이름 모를 물새 가족이 보인다.

지금 태어나는 물새는 뭘까?

흔한 모습인 옅은 갈색 털에 검은 줄 무늬에 꼬마들.....

어느덧 집에서 날 기다릴 꼬마가 생각이 나서 나는 그만 샛강을 나선다.

아까 그 노인장께 "먼저 들어 가겠습니다. 많이 하십시오....^^" 인사도 드리고...

 

돌아서는 뚝방 길은 석양이 눈부시다.

샛강이 멀어질 무렵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다음 올 때까지 안녕히....'

 

마을 길을 따라 되돌아 오는 길에

백발이 성성한 낚시 선배 한 분께서

비축비축 걸음을 옮기며 힘겹게 살림망을 매고 간다.

한 동안 뒤 따라가며 살피다 한 말씀 올린다.

"어르신, 살림망이 무거우십니다...^^"

"응, 오늘 두 마리 했어."

씨익~ 환하게 웃으시며 답하는 조글조글하고 여윈 얼굴.

 

나도 먼 훗날엔 피라미 한 마리만으로도 비축거릴 정도로 늙을 때까지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그 때 쯤이면 피라미 한 마리로도

내 마음의 살림망은 그득 차고도 넘칠테지....^^

 

돌아오는 전철 간에선 그런 생각들로 나를 되묻고 되묻고 되물었다.

낚시대 없이 낚시터에 서 본 것이 몇 번이던가?

가까운 샛강에서도 일 년에 몇 번 없다.

그런데 우찌, 빈 몸으로 다녀온 낚시 이야기는 어쩐지 조행기보다 더 살갑다.

어쩐지 나도 다른 낚시꾼들과 어울려 양껏 낚시를 하다 온 것만 같다.

비록 손으로 낚시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으로는 낚시와 낚시보다 더한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

낚시대 없이, 낚시를 하러 다닐 수 있다면

고기 욕심을 아예 집에 두고 왔으니, 이미 반은 조선(釣仙)일까...^^;

오늘 저녁, 집사람이 왜 늦었냐고 물으면

몰래 낚시 갔다 왔다고 우겨야 겠군....^^

 

'앞으로도 낚시대를 매지 않고 낚시 다니는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맘 속으로라도 이렇게 말해두면

욕심쟁이 내 몸이 좀 따라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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