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서툰 내 낚시
지난 일요일 새벽 조용히 집을 나섰다.
한여름 같은 요즘, 새벽의 샛강을 살펴보고 싶어서 였다.
6시쯤 도착한 샛강엔 휴일 아침이라서 인지, 벌써 낚시꾼들이 제법 많다.
밤새워 낚시하신 분들도 꽤 보이고.....
샛강의 수로에도 릴 낚시대가 대 여섯대, 쭈~ 욱 펼쳐져 있다.
그리고, 미끼를 준비하는지 중년의 낚시꾼 한 분과 내 또래의 젊은이가 쪼그리고 앉아 대화 중이다.
늘 그렇듯이 난, 먼저 오신 분께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좀 하셨습니까?"
거친 낚시꾼들이 많지만 웃으며 먼저 인사하면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예상치(?) 못한 밝은 얼굴로 항상 답례를 해준다.
"아! 뭐 그냥 그저 그래요."
막상 수로에 서 보니, 물은 많이 빠져 있고,
잔잔한 수면에 라이즈도 거의 없다. 해가 없어서 인지 살치들도 별로 없어 보인다.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수온부터 재 본다, 채비를 묶는다, 부산을 떨고
캐스팅을 하기 전에 릴 낚시대의 라인 위치를 살폈다.
멀리 있는 라인들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수로 왼쪽 바위에서 오른쪽으로 가로 질러 던져둔
라인 하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수로를 탐색하는 것은 포기하고, 오른쪽 잔잔한 쪽으로 해보기로 하고,
조심 조심 라인을 던진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뒤를 살피고 다시 던지는 순간,
아까 그 젊은이와 눈을 마주쳤는데, 어찌 표정이 곱지 않다.
아까 인사도 받지 않더니....
아니나 다를까 들려오는 소리 "야.... 플라이 낚시 좀 똑바로 해라!"
귀를 의심하며 돌아 보며 "예?" 라고 묻자,
다시 들려온다 "플라이 낚시 좀 똑바로 하라고...."
으...... 나는 살짝 돈다.
내가 어릴 때 제일 싫어하던 사람은 남들 교실 청소할 때, 혼자 뺀질거리는 애들이었고,
이제 커서 교실 청소할 일이 없는 나는 예의 없는 사람이 제일 싫다.
아직까지 덜 자란 나는 바로 받았다....-_-;
"보소! 아저씨, 지금 나보고 하는 소리요?"
바로 난 낚시대를 접고, 물을 건너가서
그 젊은이와 마주 섰다. 나도 젊지만, 꽤 젊어 보이는데....-_-;
몇 번의 실갱이 후에 주먹다짐도 날 것 같고, 주변 낚시꾼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조용히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 데리고 샛강을 벗어났다.
난 아직도 고치지 못한 욱 하는 성질이 큰일이다....
단 둘이 서자, 의외로 젊은이는 감정을 누그러 뜨렸고, 찬찬히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술을 좀 했는데, 내가 플라이 낚시하는 게 좀 서툴러 보이고,
무엇보다도 플라이 낚시가 싫다고 했다.
'뭐, 내 낚시가 서투르다고?'
그건 뭐, 도저히 내가 대들 수 없는 문제고....-_-;
왜 플라이 낚시가 싫냐고 사연이나 들어 보자고 했다.
사실 자신은 못하는 데 플라이 낚시랍시고 잘난 척하며 하는 게 질투가 좀 났다고 한다.
그리고 내 딴엔 릴 낚시를 조심하면서 했지만, 철푸덕 대는 게 방해가 되었나 보다.
젊은이의 체격이나 술 취한 상태로 봐서는 내게 완력으로 우찌해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배짱이 생긴 걸 봐서는 어지간히도 내 낚시가 싫었나 보다.
처음 샛강 다닐 때는 밤낚시하는 릴 낚시줄을 걸었다가
내 낚시대를 꺽어 버린다는 위협을 받기도 하고,(그때 난 릴대를 다 꺽어 버린다고 오히려 위협했었다...-_-;)
청소비 걷으러 오는 사람, 고기 험하게 다루는 사람과 다투기도 하고,
실갱이가 가끔 있었지만, 내가 먼저 조심하고 나서는 그런 일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대부분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알고 지내는 터이고.....
어차피 밑걸림이 많고 유속이 빠른 샛강의 수로는 대낚시나 릴 낚시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가짜미끼 낚시하는 낚시꾼들에게 암묵적으로 양보 되어 왔기에 자리 다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혼자 속 편하게 믿고 있었지만 오늘 아침의 이 일로 다시 생각해보면
여전히 플라이 낚시는 다른 낚시꾼들에겐 낯선 딴나라 낚시였다.
저 멀리 이국에서 들어와서 낯선 장비와 낯선 낚시법으로 말도 안되는 엉뚱한 짓만 해대는....
플라이라고 하는 동적인 낚시와 전통적인 정적인 낚시는 아무래도 어울리기 좀 어렵고,
사실, 움직이는 낚시인 내 낚시가 조심했어야 하는 게 맞다. 따지고 보면 나도 잘한 건 하나도 없고....
비록 조심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난 나도 모르게 잘난 척하고
플라이 라인을 던져 댄 건 아닌지.....
제 아무리 나는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어딘가 그런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래, 내 낚시는 여전히 어딘가 서툴다.....
하는 짓이 어리니 당연히 낚시도 서툴 수 밖에....-_-;
낚시가 서툴면 마음이라도 좀 자라야 할 텐데.
그 젊은이와는 서로 감정을 풀고, 다음에 만나면 반갑게 인사나 하자며,
통성명도 하고, 즐겁게 웃고 헤어졌지만,
돌아오는 길에 내 맘속엔 여전히 뭔가 한 가지 앙금이 남아 있다.
뭐, 오랜만에 나선 휴일 샛강 낚시를 망쳐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그래 난 플라이 낚시를 좀 더 똑바로 해야 겠다.....
아니 난 낚시를 좀 더 똑바로 해야 겠다....'
'그리고, 난 좀 더 자라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