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다. 좀전에 (11/1 월요일) 저수지 송어낚시를 다녀왔다.

늦가을, 겨울이 되면  계류에는  물이 얼거나, 고기들이 모두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플라이 낚시가 어렵게 된다.  그런 점을 이용해서 인지, 96 ~97년부터 경기도 일대의

유료 낚시터에는 매년 가을이면 강원도 산골에서 양식된 무지개 송어를 풀어 놓고 송어낚시터를 개장한다.

겨울이 되어 궁색한 손맛을 즐기려는 플라이꾼, 루어꾼들이 모여든다. 

닭과 알 생각이 나듯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 덕분에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많은 플라이꾼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중에는 골수 플라이꾼으로 변하기도 하고, 철에 맞춰 즐기는 메뚜기(도 한철)플라이꾼들도 생겼다.

어쨌거나 이걸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난 좋다.

혹자는 좁은 저수지에 송어를 가둬두고 낚았다, 풀어줬다, 풀어주는 척했다 다시 잡아먹고....   비판의 의견도 많다.

정통 플라이맨이라고 자부하는 이들 중에는 저수지 송어낚시라도 갈라치면 저질로 무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말은 된다.  내가 송어라도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니까....  하지만 상업적 이해관계와 다른 만물은 인간 손에

걸려 안 그런게 있냐 라는 시점에서 보면....    대강 넘어가자....

나도 결국은 겨울이 되면 으레히 두어번은 들리게 되었다.

벌써 2번을 다녀왔다.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2번째 조행기를 올린다.

속으로는 조금씩 부끄러워 했었지만 이번 조행으로 인해 그런 마음이 가셨다.

돈을 내던, 저수지에서 잡던, 인간이 하는 짓 아닌가?   나중에 갚으면 그만이다. 내세에.....

그럴 요량으로 적당히 알아서 놀면(?) 되는 거 아닌가?

이 글은  국내 모 통신사 낚시동호회의 조행기란에 올린 글이다.

어려운 용어를 가능하면 안썼지만, 동호회에 올린 글이라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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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10분 출발 7시 도착, 넓은 달월저수지에 대낚시꾼 한 명에 나 하나....

비가 온 뒤라서 인지 날씨도 차고, 사람도 없다.

관리소부터 들러 입어료를 지불하고, 2만원이다. 좀 비싸지만 집(영등포)과 가깝다. 잡은 고기는 가져가도 된다.

예전의 명 포인트인 관리소 앞에 몇 번 던져 보지만 흐린 날씨와 갑자기 떨어진 수온 탓인지, 라이즈도 없다.

앗! 저 멀리 도약하는 송어가 보인다. 음 있긴 있군.

차를 끌고 상류로 이동, 역시 아무도 없다. 평일날 가는 낚시터의 즐거움이다.

때론 캐스팅이 꼬여도,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어도 맘 편하다.

왜? 안 쪽팔리니까... 하하.... 이 훅, 저 훅 테스트 해 보기도 좋다.

미리 준비한 물바지(웨이더)를 꺼내 입고, 양말을 몇 겹으로 신었다.

민물대를 개조한 2번 7.6피트와 5번 10.6피트를 각각 돌로 셋팅 했다.

물이 많이 차있어서, 잠겨 버린 다리를 찾아 조심스럽게 물 속을 걸어서 물 가운데 드러나 있는

중간 좌대(소파가 몇 개 있어 앉을 수 있음)에 짐을 내려 놓고 시작했다. 예전의 새물 유입구를 향해 캐스팅하자

바로 입질이 왔다. 달월은 깜빡깜빡이 없다. 슬며시 쑤~욱 가라앉는다.

대신 쑤~욱을 놓치면 바로 헛빵이다, 물어보고 바로 뱉어 내는 것 같다.

세찬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탓에 마커 보기가 어렵다.

첫 송어, 40이 좀 안된다. 적당한 힘, 깨끗하고 이쁜 몸매, 첫 녀석이라 보내줬다.

올리브 돌을 단 2번대를 발 앞에 던져 놨더니 곧 바로 쑤~욱, 수심은 1M,

대가 완전히 U자로 휜다. 손잡이보다 대끝이 더 낮아졌다. 처박는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 다리 밑으로 파고 드는 녀석을 달래 올리니

역시 40이 좀 안된다. 암놈을 잡으면 한 마리 가져오라던 집사람 생각이 나서

꿰미에 끼우려다 버둥대는 통에 아가미를 다쳐 피가 조금 난다. 이런......

얼른 풀어줬다. 이 뒤론 모두 바로 풀어줬다.(그래도 송어는 암놈이 맛있다)

그 뒤로 연안 쪽으로 모두 5마리를 하고 9시가 넘자 입질이 끊겼다.

처음엔 돌을 쓰다, 진주색 비드를 쓴 라바를 잘 물어서 이거구나 하고,

그걸 쓰다가 수초를 감는 통에 훅을 잃어 버렸다. 송어도 수초를 감는구나.....

담엔 주황색 에그를 써도 잘 물고.... 비드라바와 마라부 혼용,

심지어 나중엔 탄색,회색,주황색,흰색,검정,바다용인 고등어 청색 돌도 물었다.

역시 아무거나 무는구나.... 아직 바늘 맛을 덜 본 애들이라서 별로

가리지 않는 듯했다. 아차! 형광 연두색은 안 물었다.

오히려 저수지 송어는 포인트 선정이 중요한 듯하다.

한번은 마커에서 물결이 퍽하고 일더니,

묵직한 녀석이 물속을 한참이나 끌고 다녔다.

어? 입질 같지 않았는데....

한참 후에 ? 하고 마커가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이런... 마커를 이렇게 오래 물고 있다니.... 욕심쟁이 송어....

지금 생각해 보니 한 두번 정도 그런 것 같다. (마커는 빨간색이었다)

거미류나 캐디스 같은 드라이도 써 보았지만 바람 탓인지 입질이 시원찮았다.

그동안 플라이 꾼, 루어 꾼들이 조금씩 늘었지만 점심 때 까진 입질이 전혀 없다.

12시가 되서 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고,

라이즈가 많은 좀더 저수지 중앙으로 가보기로 했다. 계속 흐린 날씨에 간간히

해가 비친다. 오후에는 수온이 약간 올라서 인지, 라이즈가 많았다.

중앙으로 가려면 물 속의 다리를 계속 걸어가야 한다. 수심 60~70cm 밑으로

폭 1.5M의 쇠로된 다리가 있고, 그 옆은 수심 2M 이상의 저수지이다.

조심 조심 다리 끝 부분까지 걸어 들어 갔다. 미끄러지거나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

다리에서 떨어지면 끝장이다. 웨이더에 장비까지..... 다행히 철판에는 요철이

있어서 미끄럽진 않았지만 간간이 비어있는 공간에선 꽤 조심했어야 했다.

(담에 혹시 가실 때면 꼭 2인 1조에 안전줄이라도 하고 가시기를.....)

슈퍼를 걸면 라인을 끊어야 겠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지나가던 슈퍼를 한번 보기는 했다. 가물치 처럼, 물결을 일렁이며...

산란 흉내를 내는 탓인지, 물위로 삐죽삐죽 솟아나 있는 수초지대에선 자주 텀벙대고 있었다.

수초 사이의 장애물을 피해 5번대를 캐스팅....    어라! 바로 입질... 턱! 연안의 녀석들과는 힘이 다르다.

수초 사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힘을 쓴다. 물속에 서 있는 관계로, 특이하게 등 뒤로도 끌고 다녔다.

(새로운 재미.... 하지만 위험하다. 예전에 물속에서 강준치가 빙빙 돌아서 낚시줄로 몸을 감는 통에

넘어질 뻔한 아찔한 적이 있었다. 그 땐 고기가 작아서 다행이었지만)

역시 연질대인 5번대를 허리까지 꺽는다. 

완전히 360도를 회전한 후, 달래서 얼굴을 보자 50에 가까운 아주 뚱뚱한 숫놈. 어떤 녀석이나 다 깨끗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뒤로 50~40급을 계속해서 열 댓마리... (10마리 넘고는 못 세었다)

힘도 대단했다. 나중에 지쳐서 로드를 몸에 붙여서 버티다,두손으로 로드를 잡고..

연안에 계신 분들은 아무도 잡지 못하고, 혼자서 물속에 서서 난리(?)를  치는 통에 좀 미안한 감이 들었다.

예전에 나도 이런걸 당해봐서 안다....  얼마나 약오르는 일인지....

저수지에서 웨이딩을 하는 것은 특이한 느낌이 있었다. 전에 배스하러 다닐 때 비슷하게 웬지 낚시터 같지 않다는 점이 흐뭇하다.

수초 장애물을 피해 라이징이 있는 곳에 멀리 그리고 정투해야 하고,

(라이징 후, 머리를 돌렸을꺼라고 생각되는 쪽에 수초를 피하자면 좁은 곳은 직경 50cm 도 안된다) 훅셋 후, 파이팅 시에도

수초를 감는 송어의 머리를 이리 저리 돌려 가며 미로를 빠져나와야 한다.

캐스팅 실수로, 파이팅시 실수로 훅에서 마커까지 여러개 잃어 버렸지만,

그 스릴감은 추위와 발가락을 죄여 오는 수압을 이기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정투와 파이팅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민물낚시 때 익힌거지만, 캐스팅 후, 착수 때, 대를 일직선으로 내리지 않고,

한쪽 옆으로 빼고 대끝을 목표지점 쪽으로 향하게 하면(즉 비스듬하게)

라인은 일자로 뻗지만 리더부분만 훅 무게로 휘어져서 "ㄱ"자를 그리게 된다. (라인전체가 휘는 커브 캐스팅과는 다름)

전에 익혀둔 이 끝만 꺽어지는 캐스팅 때문에 전방의 수초를 피해

다양한 포인트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아직 항상 되는 건 아니다....)

놓친 녀석도 꽤 많다. 단단한 수초에 바늘이 부러진 걸 모르고 일자 바늘로

몇 마리를 계속 버둥대다가 근처까지 와서 쉭~하고 바늘이 빠져 놓친 일도 있었다.

한번은 꽤 큰 녀석이 수초를 걸어 놓고는 달아나 버렸다.

(또 한번은 가까이서 봤는데 송어가 버둥대면서 수초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수초 근처로 가자마자 로드를 돌려가며 힘을 줘서 머리를 다시 돌리고,

또 반대쪽 수초를 걸려고 버둥대고 다시 빼내고.... 정말 스릴만점이다.

그러다 타이밍을 놓치면 훅과 리더, 고기까지 잃는 것이다.

간혹 수초에 걸린 라인을 빼낼 때도 있었는데 그땐 여지없이 도망가고 없었다.)

수초를 대비해서 굵은 티펫을 쓴 탓인지 아니면 리더까지 걸렸는지 빼내다가

낡은 리더가 중간에서 끊겼다. 할 수 없이 새로 만들어 둔

슈팅헤드라인으로 교체해서 저 멀리, 아직 못 던져 본 수초지대로 캐스팅...

거리가 멀어 잘 안 보이기에 제일 큰 마커를 썼다. (만들어 쓰는 떡마커는  크기가 커지면 무거워서 안된다.

그냥 스치로폴 마커가 이때는 최고....)

희미하게 보이는 마커의 입질을 느끼고 훅킹! 쫘악~ 로드를 세우고 파이팅!

20여 미터 전방에서 1M를 점프하는 송어! 환상적이었다.

달월 송어는 점프를 잘 했다. 심지어 연속 2번까지 하는 녀석도 있었다.

저수지 송어낚시에 대해 다소 비하하고, 계류를 동경하는 그동안의 오해(?)을 잊게 해주는 조행이었다.

저수지 송어낚시도 하는 사람이  재밌게 하면, 또 나름대로 계류에서 느낄 수 없는 많은 것이 있었다.

5시 경이 되어서 떠나기 전 마지막 송어라고 생각되는 암놈을 보았으나 역시 바로 풀어주고 다시 다리를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마지막 본 암놈은 자그마하고, 은색에 가까운 깨끗한 몸매....

마치 계류에서 보는 녀석같다. 역시 암컷은 이뻐.....-_-;

생각해봤다. 만일 욕심을 내어 십 여마리를 꿰미에 꿰어 나왔으면 송어들의 요동을 이기고,

이 다리를 무사히 걸어 나올 수 있었을까?

집에 도착해서 반기는 아내에게 말했다. "응, 고기는 다 풀어줬어"

"잘 했어요!" 늘 빈손으로 돌아오는 내게, 이제는 섭섭해하지도 않고,

익숙해진 아내가 항상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