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수영장에서....


 

어젠 식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수영장엘 갔다.

아내와 아기 그리고 나,

 

난 적당한 물에 던져 놓으면 한 시간쯤은 안 빠져 죽을 자신이 있지만,

수영을 바닷가에서 엉터리로 배워서 수영장用 폼나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좀처럼 수영장엘 가지 않았는데, 아이와 아내가 좋아하는 통에 덩달아 가끔 가게 되었다.

 

온천과 수영장을 섞어 논 듯한 다소 난해한 개념의 새로 개장한 곳에는

날이 더운 탓인지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붐빈다.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모두 훌렁 벗고, 물에만 뛰어들면

모두 진짜 애(?)가 되는지 여기서 풍덩, 저기서 첨벙, 온통 난리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_-;

어머님 태중의 기억인지, 물은 인간에게 아주 친숙한 모양이다.

이제 두 돌이 채 안된 아이도 처음엔 오랜만에 닿는 깊은 물이 어색한지 쭈뼛거렸지만,

금새 튜브를 타고 발로 젓고 손으로도 수영 흉내를 낸다.

하긴 제 이름이 푸른 고래(청경)이니 겨우 수영장 물이 두려울까마는....^^;

 

언젠가 읽어 본 자료에선 인간의 수중진화설이 있었다.

보통의 진화론은 원숭이와 유사한 형태에서 지금의 원숭이와 같은 유인원과 나도 포함된

인간인 영장류(사람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_-;)로 나눠졌다는 것이지만,

가끔 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수중진화설 역시 그 중의 하나이다.

무엇이 맞는지 혹은 더 가까운지 지금의 사람은 알 수는 없지만 꽤나 흥미가 있어 옮겨본다.

쉽게 말해 사람은 원숭이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고 수생동물에서 직접 진화했거나

최소한 유인원과는 달리 물과 밀접한 상황의 진화를 해왔다는 내용이다.

그 증거의 첫째로 인간의 최초 배아상태의 모습은 물고기와 비슷하고,

모든 생물의 배아시절은 물고기 모습 혹은 물고기의 배아모습과 똑 같다는 것이다.

배아의 성장이 원시세포에서 순간적인 진화를 대신한다면 모든 생명체는 물고기에서

진화되었고,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어차피 그런 얘기는 귀에 잘 안 들어 오는 얘기고,

좀 더 쉬운 증거로 수영능력을 얘기하고 있다.

육상 포유류 중에서 인간만큼 물속에서 원활하게 움직이는 동물이 없다고 한다.

수영하는 동물은 많지만, 잠수를 하고, 몸을 뒤틀고, 방향을 전환하고, 숨을 멈추고

정밀한 작업까지 해내는 동물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물론 수달이나, 물개 같은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특히 신생아 시절의 수영실력은 모든 포유류 중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수중분만이 근래에 다시 유행하고 있다더라마는,

갓 낳은 아이도 물속에 바로 넣으면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헤엄쳐서 앞으로 나가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원숭이의 경우 바로 허우적대기만 하고 수영을 할 줄 모르며, 후천적으로 수영을 배울 수 있는 반면에

인간은 선천적으로 수영능력을 타고 난다고 한다.

물론 3~4개월쯤 되면 점점 이러한 능력이 감소되기 시작하고,

3~4살이면 수영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증거로 체모의 방향을 들고 있다.

유인원과는 달리 체모가 수영에 적합한 방향으로 머리 끝에서 손끝 발끝 방향으로 일정하게

나서 수영하기 편리하며, 가끔 드물게 손가락과 발가락의 물갈퀴 형태가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음.... 나도 살펴 봐야 겠군.....

 

다시 돌아와서 낚시꾼인 나의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인간과 물고기가 더욱 가깝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낚고 낚이는 관계이지만 한때 물속에서 사이 좋게 함께 노니는 사이 였을지도....

혹시 고기를 키우는 애어가들은 그러한 본능이 좀 강한 사람들일지도....

 

이런 어줍짢은 감상을 깨는 일이 있었으니,

물속에서 양손으로 들고 수영연습을 시키던 아이가 얼굴을 잘못 기울여 물속에 잠겼다.

어푸어푸.... 양손으로 얼굴을 닦고, 숨을 몰아 쉬고, "으아아앙~~~"

잠시 집사람에게 혼이 나고,

예전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물속에선 1초도 숨을 못 쉬는 게 지금의 사람이다.

한때 그 유명했던 물고문에선 얼굴만 물속에 담궈도 사람은 죽는다....-_-;

나도 수영을 배우면서 한 두 번 깊은 물속에 미끄러져서 머리 위 아득한 수면을 올려다보며 황당했던 경험이나

짠물을 들이키고 숨을 못 쉬어 컥컥대며 발버둥 쳤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다시 반대로 늘 하듯이 입장을 바꿔보면,

낚아 올린 고기가 갖는 고통은 사람이 겪는 것과 똑같을 것이다.

물 밖으로 꺼내진 고기는 인간의 손 위에서

바늘에 꿰여 아픈 것은 둘째치고, 쉬어지지 않는 숨을 몰아 쉬며, 죽음의 공포만 호흡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사람과 달리, 감겨지지 않는 눈을 가졌으니 공포의 순간순간을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한다.

 

쩝.... 난 낚시꾼이면서 언제나 이런 생각만 하게 되는지....

그래도 계속 낚시 다닐꺼면서....-_-;

 

언젠간 나 자신을 물고기로 착각하는 정신분열 증상마져 올지 모르지만,

낚시꾼이라면 늘 잊고 지내던 그런 부분까지 알고, 느끼며 진짜 낚시를 한다면

사람이 아닌 고기나 그 누가 봐도 흉잡힐 것 없는 낚시가 되지 않을까?

비록 그 누구가 신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것을 벗고 오랜만에 온몸으로 받아 본 햇살,

잡념 속에 같이 타버린 나의 등짝은 아직도 꽤나 쓰라리다.

나도 등짝에 번쩍이는 비늘이나 한 판 있었으면 느끈 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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