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낚시로 먹고 살기


 

나는 낚시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어부가 되기로 작정한다면 가능한 일인 것도 하지만,

고기 잡는데는 아직 젬병인 나는 잘 먹고 살긴 글렀겠군.

 

가끔 현실의 일이 난감해지고, 능력 밖이 되거나, 알 수 없는 사정으로 꼬여 올 땐

하던 일을 내던지고, 내가 좋아하는 낚시만 하면서 먹고 살 순 없을까? 하고,

잔 머리를 굴려 본다.

요즘의 누군가는 치즈 얘기를 하더라마는,

치즈를 먹어 치우는데만 익숙한 나는 새로운 치즈를 구하는 법엔 역시 젬병이다.

몇 년 전, 아, 벌써 몇 년 전인가?

IMF 때, 혼란을 틈타서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아직까지 플라이 낚시가 퍼지지 않은 부산 경남 지역에 플라이 낚시 전문점을 열어 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아는 곳을 통해서 제품을 들여오는 루트와 방식,

그리고 마진율까지 확인해가며 사업성을 계산해봤지만,

구멍가게를 할 게 아니라면 초도 물품비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아버님의 만류와 함께

결국 그만 두었다.

아마 그때 플라이 낚시 가게를 열었다면 지금쯤, 파리채 구입비용이 상당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어쩌면 날마다 낚시만 다니는 중증 환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지금 생각하면 제 낚시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남에게 돈 받고 물건 파는 어리석은 짓을

피했으니 잘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낚시로 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젠가 동호인 한 분으로부터 엿들은 말씀 ; 지금도 감사합니다...^^

 

유럽의 모 나라에서는 고등학생이 장래를 결정해야 될 무렵이면 다음처럼 묻는다고 한다.

"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뭐냐?"

"그럼 두번째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뭐냐?"

"그렇다면 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평생의 취미로 삼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것을 평생의 일로 삼아라"

 

두고두고 씹어 볼 수록 맘에 와 닿는 말이다.

누구나 다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생계로 삼다가 그것 자체의 아름다움을 망치고,

심지어는 생계와 싸우다가 지긋지긋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내가 낚시가 싫어진다면...? 별로 상상하기 싫다.

아직 짧은 낚시 경험이지만

이젠 낚시와의 숨막히는 뜨거운 사랑이 아닌 그저 정으로 사는 오랜 부부처럼,

가끔 잊지 않게 낚시를 하고 지내는 생활 낚시를 요즘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 미덕을 이제 익혀가는 나인지라

위의 교훈(교훈이란 말은 싫지만 딱히 딴말이 없군..-_-)이 내게 딱맞음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딴 취미가 낚시보다 더 위에 있다고 우겨 보기도 하지만,

역시 아직은 그럴 일은 없다....^^

 

그 외에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상금과 상품이 걸려 있는 낚시대회라던지,

직접적으로 낚시로 돈 버는 방법들이 있긴 하지만,

줄곧 내키지 않는 것은 아예 그럴 재주도 없거니와

혹, 내게 남아 있는 유일한 맑은 부분마저 탁하게 만들까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마저 모두 내 착각이겠지만.....

 

지금 밥 먹고 사는 일로 똥밭에 뒹구는 것은 벌써 충분하지 않나?

물론 똥밭에도 법은 있고, 길도 있다마는....

 

 

PS. 똥도 소중한 것이오..... 소똥구리

       넹!.....              소똥구리 마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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