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활성의 의미


 

활성이 좋다. 나쁘다....

낚시꾼들이 낚시갈 때, 제일 궁금한 내용이 아닐까?

 

요즘 장마철이라 여의도 샛강엘 자주 나가 보고 있다.

올해는 강준치들은 덜 괴롭힐 요량으로 딴 녀석들을 집적대고 있지만,

여전히 수면을 번쩍이는 은색 강준치들의 호쾌한 모습만이라도 보고 싶어

수위를 체크한다, 물때를 맞춘다, 신경을 쓰며 활성도를 짐작해 본다.

정작 내가 낚아 보고 싶어하는 잉어의 활성은 늘 엉망이다...-_-;

 

그러다 한 날 떠오른 딴 생각....

활성의 또 다른 의미란?

낚시꾼에겐 단순히 얼마나 고기를 손쉽게 낚는가, 얼마나 고기가 자주 물어 오는가 일 뿐이지만

낚는 즐거움이 시간대비 얼마나 응축되는가 하는 일이지만,

고기의 입장에선 '활성이 좋다'가 의미하는 것은

일 년에, 혹은 한 달에 몇 번 없는 최고의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그동안 굶주렸던 배를 가득 채워, 말랐던 살을 찌우고, 다음의 산란과 혹독한 시기를 대비하는

고기에겐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시간이기도 하고,

단순히 그저 생의 즐거운 한 때 일지도....

그 시간을 낚시꾼은 히히덕 거리며 제멋대로 망치는 것이다.

역시 낚시꾼에게도 일생에 짧은 한 순간들일 뿐이며,

먹고 사는 한 바퀴의 섭리 속에 낚시꾼 역시 작은 수레 살일 뿐이며,

사람이고 고기고 간에 입 달린 생물이 밥먹고 살기는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을

낚시꾼 몸소 증명하는 일이라고 우겨 보자....

그래야 나도 계속 낚시 다니지...-_-;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던가?

이 이야기를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려서 개를 좋아 했기에, 오랜시간 동안 가까이 두어 보았기에

밥 먹을 때 건드리는 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많이 겪어 보았다.

손을 몇 번 물리기도 했고, 보통은 "으르렁" 으로 답해 온다.

주인을 위협해온다는 배신감에 나도 같이 광분했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_-;

같은 애완견이라고 해도 근성이 자연에 가까운 종일수록 반항의 강도는 세다.

몇 번 겪고 나니 나중에는 그 근성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꺽이지 않는 당당함과 몸은 묶여도 마음은 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갖는 아름다움 중의 하나이다.

나는 갖지 못하는 것이니 부러울 뿐이었다.

앗, 다시 돌아가서....

나는 개만큼 고기를 좋아하고, ; 개+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_-;

이제 밥 먹는 개는 안 건드릴 만큼 조금 자랐다면,

고기에게도 그럴 정도의 여유를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활성이 좋다고 아무 생각없이 한 마리 더 낚을 생각만 할 께 아니라....

 

늘 그럴 순 없겠지만,

녀석들이 씩씩하게 밥 먹고 사는 멋진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도

가끔은 괜찮을 것 같다.

 

그게 바로 플라이 낚시꾼들이 찾는 척하던 자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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