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물에 뛰어 들기
내 낚시의 나쁜 버릇을 나는 잘 알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물에 뛰어 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물장구 치는 일은 아니고, 물에 가까이만 가면
서둘러 채비를 매고, 무작정 던져 보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잉어 플라이에 대한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마치 대화하듯이 독자와 작가가 상황을 꾸며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내용이 있었다.
자, 이런 상황이다. 너는 뭘 할래, 보기1, 보기2, 보기3.....
언제나 답은 일단 기다리고 관찰한다는 마지막 보기가 답이었다...-_-;
스토킹 수준의 철저한 조심성이 잉어플라이의 핵심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낚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미끼를 던져 고기를 물어 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쯤이면 너무 심심한 낚시가 아닐까?
수천년을 낚시를 해온 인간에겐 너무나 단순한 방식이다.
나는 낚시를 시작한지 몇 달 안되었다고? 그럴수도 있지...^^;
좀 더 즐거운 낚시를 위해서는
낚시를 끝내고 반성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 보다
낚시에 임하기 전에, 물에 뛰어들기 전에 상황을 살펴보고, 짐작한 후,
짧은 몇 번의 시도로 승부를 겨뤄보는 방식을 해보고 싶다.
플라이 낚시의 경우, 캐스팅의 경제화라고나 할까?
최소한의 캐스팅과 프리젠테이션으로 낚시를 해보는 건 어떨까?
늘 밤을 달려 새벽에 도착하여 짧은 한 타임을 즐겨야 하는 플라이 낚시꾼에게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고,
오랜 고수들에게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즐거운 낚시(?)를 해보기로 한 이상,
내가 나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또 다른 낚시가 될 것 같다.
물을 앞에 두고 첨벙이는 즐거움을 인내하여,
관찰하는 즐거움으로 나를 바꿔보는 데 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가끔은 무작정 뛰어드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우연이 모여서 역사가 된다고 하니....^^;
그리고 가끔은 고기도 도망갈 틈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