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이 나이가 들면서 다시 드는 욕심은 아마 자신의 건강일 듯 하다

낚시가 익어가면 고기 욕심은 스스로 던져 버릴 수 있겠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좋아하는 낚시도 오래오래 할 것 아닌가?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무슨 얼어죽을 건강이니 무병장수니,

염치 없이 떠드느냐고 노선배님들께 힐책 받을 만한 일이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내가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_-;

나는 비교적 남들이 보기에 건강해 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맨손운동이라도 조금씩 하고 해서 건강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렸을 때(?) 독한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위장이 좀 나빠진 듯하다. 철없는 학생시절의 대책 없는 음주습관이나, 내 발로 찾아간 군대가

알고보니 매일 저녁 컵라면에 고량주를 밤새 들이키는 특이한 곳이다 보니,

어렸을 때는 몸이 그럭저럭 버텼나 본데, 아직 얼마되지 않은 나이인데도

벌써 그 여파가 미치나 보다. 병원에서는 만성 무슨 어쩌구저쩌구 위염이라고 하더라마는....

일년에 한 두번씩은 매번 위장이 탈이 나서 2~3일을 꼬박 굶고 게토*이 와 같은

스포츠 음료만으로 버티는 형편이다. 특히 체력적으로 무리를 했거나,

조금이라도 과식 과음이 겹치면 곧장, 위는 '나 혼자는 못살겠네' 하면서 스톱을 한다.

식사량도 줄이고, 술도 줄이고, 심지어 자극이 되는 커피나 매운 음식도 끊었으나,

오늘 또 나는 그러고 있다.

어찌 올해는 그냥 넘어 가나보다 하더니, 지난 토요일 혼자 낚시 가서

질리도록 낚시하고, 점심을 거른 채, 저녁을 과식하였더니 그리고 다음날 쉬지 않고

다른 일로 무리를 하였더니 바로 탈이 났다.

어제 밤새 쓰린 속을 뒹굴고는 사무실로 겨우 출근했다.

게다가 집안 내력으로 많은 어른들께서 위암으로 별세하셨고,

작년에는 사촌 형님 두 분마저 같은 병환으로 여의고 보니, 더럭 겁이 났다.

오래 오래 살아야 내 좋아하는 이 낚시도 길게 길게 할 것이 아닌가?

길게 길게 낚시한다고 고기나 나나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겟지만,

무슨 사시 공부하듯이 죽기 살기로 달라 붙어 단기간에 결판이 나거나,

끝을 볼 수 있는 것이 낚시가 아닌 바에야,

달리고, 구르고, 기는 생활 속에 가끔씩 멈추어 맘 한 구석에 담아둔 낚시를 찾는 것이

진정한 취미로서의 낚시가 갖는 모습일 것 같다.

그래야 낚시꾼도 자랄 것이고....

어린 한 때는 짧고 굵게 산다는 치기어린 만용을 보기 좋은 양복마냥 걸치구 다녔으나,

이제는 낚시를 통해 다른 길도 찾아 낸 듯 하다.

그리고 길게 길게 낚시하는 방법은 술을 끊고,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란

일상의 대전제가 있긴 하지만,

특히 내게 있어선 무리하지 않고 낚시 다니는 것 또한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의 경험으로 봐서는 새벽녘을 달려서 온종일 차가운 물 속을 헤집고, 끼니를 굶어가며

고기 욕심을 내고, 돌아 오는 먼 길을 가끔씩 졸아가며 운전해 오는 고된 낚시 출조가

내 위장을 많이 깍아 먹는 것 같다.

고기가 물듯 말듯 속 졸이는 순간을 빈속으로 온종일 지내면

돌아올 땐 속쓰림은 더욱 가중되었던 것 같고....

이 모든 것들은 고기 욕심, 내 욕심 탓에 벌어지는 자업자득일 뿐이다.

아마 이런 이유 탓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가까운 샛강을 아끼고,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선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짜슥, 혼자 오래 살려구...-_-;

제 몸이 아프다고 떠드는 심약한 낚시꾼의 신세타령이로구만.....　

무슨 일이던 인간은 겪어야만 알 수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그런데 가만 따지고 보면

늘상 고기 괴롭히면서 오래 살기 바라는 것도 그리 이뻐 보이진 않는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