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입에 바늘 걸게 되면

그 때부터 물고기와 낚시꾼의 사이엔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된다.

입안에서 뜨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아무리 달아 나려 해도 벗어 날 수 없는,

뭔지도 알 수 없는 가느다랗고 질긴 구속....

달리고, 파고들고, 뛰어오르고, 물풀에 몸을 비벼대도 인간에게 점점 가까워진다.

이 바늘을 털어내지 못하면..... 이 낚시줄을 끊어내지 못하면.....

나에겐 목숨을 건 싸움......

물론 인간에게는 한 판의 유희다.

고기가 몸부림을 쳐 댈수록 인간은 강렬한 손맛에 즐거워 하고, 잡으면 또 즐겁고,

놓쳐도 잃는 게 별로 없다. 기껏해야 낚시바늘을 새로 묶어야 하는 수고랄까?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번 바늘에 걸려 본 녀석일수록, 또는 지능이

높은 녀석일수록 다양한 방법의 생존방법을 갖고 있다.

내가 잘 아는(?) 강준치의 경우, 우선 바늘에 걸리게 되면 곧장 낚시꾼에게로 달려온다.

갑자기 빈 낚시대가 되어버려 당황한 낚시꾼은 허둥대며 낚시줄을 회수하다.

이미 발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준치는 다시 낚시줄이 팽팽해짐을 느끼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질주하여 낚시줄을 끊어 낸다. 물론 경험이 많은 녀석의 경우이다.

배스의 경우에는 강력한 몸체에서 나오는 힘찬 바늘털이라는 재주를 갖고 있다.

물 밖으로 점프를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바늘을 털어 낸다.

송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얌전해 보이는 붕어도 월척급이 되면 수초를 파고 들어

낚시줄을 감게 된다. 바다고기의 경우에는 수중암초에 낚시줄을 비벼 끊는 재주도 지녔다.

낚시줄이라는 게 자체의 강도로는 힘찬 고기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

낚시대 끝의 낭창낭창함이 고기의 버둥대는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장비의 성능에 따라 고기와의 싸움에서 유리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고기의 탈출극을 끝까지 지켜보며 잘 다뤄서 고기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낚시꾼의 재주이다. 고수가 될 수록 일단 건 고기를 놓치는 법이 없다.

바늘이 얌전히 빠졌다면 고기도 정신적으로 쇼크 받은 것 외에는 외상은 적지만,

줄이 끊기거나, 바늘이 부러져 입 속에 박혀 있을 경우, 혹은 남은 낚시줄이 몸을

감을 경우에는 대부분 자연치유 되지만 천천히 죽어가는 불상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고수일수록 고기를 아낄 수 있게 된다.

풀어주는 낚시라 할지라도 고기가 받는 쇼크는 대단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으로 체내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사망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유명한 플라이 낚시 연구에 따르면 깨끗하게

릴리즈를 했을 경우에도 20%정도의 고기가 죽는다고 한다. 물론 수치는 부정확하다.

수온이 낮을 경우 생존율은 늘어나는 등 여타 조건들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일부 플라이 낚시꾼들은 특이한 고기 다루기를 한다고 한다.

아마도 고기를 진짜 아끼고 이뻐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그들은 고수이다. 바늘에 걸린 고기의 움직임을 보고 그들은 미리 예측할 수 있고,

낚시대의 조작에 따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물고기를 전후좌우로 움직이게 하고

멈추고, 달리고, 점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고기의 쇼크를 줄이기 위해 먼저 그들은 고기가 입질을 하면 라인을 살짝 당겨서

입에 바늘을 걸고, 일단 걸게 되면 바로 여유줄을 풀어 줘서 고기가 낚시에 걸렸는지를

모르게 한다. 그리고 고기가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안정이 되면 아주 약하게 살짝 끌어서

얕은 곳으로 이동시키고 조금이라도 고기가 반응하게 되면 다시 여유줄을 풀어준다.

이것을 반복해서 물가로 끌어오고 최대한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서 뜰채를 통해

옮긴 후, 훅을 뽑고 풀어준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우선 첫 훅킹에서 고기가 놀라지 않게 하면 고기의 쇼크가 엄청 줄어든다는

사실에서 나왔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기를 놀라지 않게 해서 고기를 손에 쥘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첫 입안이 뜨끔하고 뭔가 당기게 되어 고기를 놀래키는 것보다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또 한가지의 요령은 고기를 건 후, 고기의 머리 방향을

낚시꾼과 나란히 두게 하고, 고기가 버둥대거나 움직일 때마다 사람이 계속 이동하여

이 방향을 유지해서 고기의 몸 한쪽 편 근육과 신경을 사용하게 하면

반항이 심해지지 않는 다고 하는 듣기엔 과학적인 설명이 있었다.

나는 우선 야생의 고기를 맘대로 다룰 수 있다는 점도 놀랍거니와, 이렇게 까지

고기를 신경쓰는 그들의 마음씀씀이가 이쁘다.

물론 남들은 손맛이 없는 그게 무슨 낚시냐고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그 글을 쓴 작가도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를 듣는 다고 한다. "You call that fighting a fish?"

진짜 좋아하는 고기라면 나도 이렇게 해보고 싶다.

좋아하는 고기와 싸울 필요가 뭐 있나? 나도 끼어서 놀면 되지....

고기를 잡되, 고기가 낚이는 줄 모르게 하고, 고기가 노니는 대로 고기와 놀고,

자연스럽게 낚고는 다시 놓아주는 그런 낚시.....

무슨 신선들의 낚시이야기에나 나오는 것 같은 소리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영역 밖에는 수많은 계층의 단계가, 자연이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낚시 하나만 공부해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