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한 많은 낚시꾼들은 고기를 부를 때,

'그' 혹은 '그녀' 라고 사람대접을 해주기고 하고,

'녀석'이라던지 '놈'이란 호칭으로 편한 친구 대접을 해준다.

비록 가끔은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나는 주로 '그' 혹은 '녀석'으로 남성화를 많이 한다.

어떤 낚시인들은 '그녀'라고 불러 여성화를 하기도 한다.

숲속에 숨겨둔 애인 구경하러 간다는 비유도 하고,

대부분의 낚시꾼이 남자인 상황에서 아끼는 최상급을 쓰는 듯 하다.

나는 사귀다 헤어지는 애인보다 평생 잊지 않을 친구로 남기기 위해서

주로 '그' 로 칭하는 듯 하고....

나의 고기의 의인화 경향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범신론적 분위기를 좋아한 탓인지,

대부분의 물상에 대해 뭔가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요즘도 가끔 집의 아이가 가져 노는 멍멍이 인형이 온 식구가 잠들면

혼자 깨어 돌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곤 하니까...-_-;

그런 것에 비겨보면 내 낚시의 주요한 주인공 중의 하나인 고기가 갖는 위치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상당한 수준의 의인화가 내 속에서 진행된 것 같다.

가끔은 내가 고기인 것으로 착각하고 바늘을 물어보는 상상을 할 정도니....

그러다가 계속 이렇게 가다간 낚시를 더 못할 것 같아

내 속으로 알아서 중지한 것 같아 그나마 좀 안심인듯도 하고... 안하고....-_-;

웬만큼 낚시를 오래한 낚시꾼들을 보면 대부분 고기와 친한 척한다.

고기에게 예의를 갖추기도 하고, 낚시꾼과 동격으로 쳐주기도 하고,

심지어 대물의 경우, 숭상까지 바친다.

무슨 일종의 샤머니즘에까지 맞닿아 있는 듯도 하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단순한 낚시를 깊게 하고, 넓게 하는 풍류이고, 낚시의 즐거움으로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러한 의인화는

단지 낚시꾼의 머릿 속에서나 일어나는 허황된 망상일지도 모른다.

낚이지 않는 고기를 억지로 이해하고, 고기 낚아 괴롭히는 모습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여태 낚시를 해왔지만, 사람같아 보이는 고기는 구경한 적도 없다.

사람으로 판단할 근거가, 지능인지 외모인지 구분할 순 없지만, 혹 그런 고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고기가 변신이 가능하다면 굳이 하찮은 사람 따위가 되고 싶어 했을까....?

어룡이라면 또 모를까....^^

그래도 사람의 머릿속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가 바로 고기의 의인화가 아닐까?

내가 반찬삼아 먹는 걸 친구삼는 건 좀 그래 보이지만,

신(神)이나 그냥 고기보다 가까운 것은 바로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가끔은 내가 고기도 되어 보고, 고기도 내가 되어 보면 서로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러면 바늘 한 번 더 물어주지 않을까 하는 결국 내 욕심만 또 느는구만...-_-;

그래도 인간의 한계를 아는 나는 이 내맘대로 의인화가 맘에 든다....^^

그래서 낚시는 또 한 걸음 더 재밌어 지는 것 같다.

혹, 내가 개(犬)고 낚시를 했다면 아마 고기를 개 취급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만해도 즐거운 개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