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우리끼리의 언어


 

삐리리리.....

바쁜 사무실에서의 한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운다.

나는 핸드폰을 사적으로만 쓰기 때문에 번호를 아는 이는 몇 없고,

대부분 다니는 직장과는 상관 없는 일이 많다.

 

"아 안녕하세요? OOO님. 잘 다녀오셨나요?"

"예! 플로팅 님프 타입의 패턴을 말씀하시는군요. 이미 테스트 해보았습니다만,

14번에서 10번 사이즈까지 모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패러슛 타입의 이머져를 몇 개 준비했답니다. 테스트 해보겠습니다."

"액션이 있는 쪽보다 데드 드리프트 되는 쪽이 나았던 것 같구요,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웨트형 드라이 훅이 프리젠테이션 될 때, 어떻게 보면 캐디스나 메이의

애덜트 스펜트 타입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이번엔 아예

스펜트 훅을 몇 개 칼러와 사이즈를 바꿔서 준비했습니다."

"예! 저도 다녀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잘 들어 가시구요...^^"

 

이상은 모 동호회 회원 한 분께서 조행을 마치시고 올라오시는 길에

저에게 정보도 주시고 몇 가지 의견을 주셔서 함께 나눴던 전화통화에서

내가 말했던 부분을 약간 각색해 보았다.

 

플로팅, 님프, 패턴, 패러슛, 이머져, 데드 드리프트, 웨트, 캐디스와 메이, 애덜트 스펜트......

플라이 낚시꾼인 우리끼리야 맨날 쓰는 뻔한 이야기지만

이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무슨 이야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영어를 안다고 해도, 플라이 낚시를 모르는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는

무슨 암호와도 같은 얘기다.

그리고 그 암호는 대부분 영어로 이뤄져 있다....

덕분에 바빴던 회사에서도 노는 티 내지 않고 낚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지만....^^;

그리고 보면 플라이 낚시 용어는 대부분 영어 일색이다.

아마도 영어권에서 직접 플라이 낚시가 전달되어서 그럴테지만,

가끔은 남의 나라 낚시하는 기분에 맘이 좀 거시기(?) 할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모 낚시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용어의 우리말 쓰기가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일괄적으로 모두 바꿔 놓다 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은 오히려 낯선 느낌도 나긴 하지만,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안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우쨌거나 시도만큼은 꽤나 즐거운 일인 듯 하다.

친근감과 함께 재밌는 개념의 변화마져 느껴진다.

한편, 태권도가 미국가서 혹은 아프리카에 가서도 "태권도"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좀 여유 있게 봐줘야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실은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든 이야기와 내용이 더욱 중요하니까....

남의 나라 낚시라고 해도 내가 선 이자리에서 하면 우리나라 낚시이고,

나라와 집단과 경계를 떠나서 단지 내 낚시일 뿐이다.

용어나 형태와 같은 껍질에 좌우되지 말고

각자 제 낚시를 쌓아 보는 일이 더 재밌지 않을까?

 

그래도 그 종류가 무엇이든지,

우리끼리 통하는 나름대로의 은어(^^;)가 있다는 일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특히 친밀감으로 엮어진 낚시꾼 끼리는....

 

PS ; 고기가 알아 들으면 안되는 데.....  고기들 은어는 알아 들을 수 없을까?

        에이 욕심쟁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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