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고기 밥주기


 

얼마 전에 견지 낚시를 다녀왔다.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낚시여서 언제가는 한번 익혀보고 싶던 견지 낚시였다.

평소 홈 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지인(知人) 한 분과

견지계에 이름난 고수 한 분과 함께 하였다.

 

새벽녁에 만나서 저녁무렵에 돌아 온 출조....

무지랭이 같은 엉터리 낚시꾼을 반갑게 맞아주고 견지를 일러주신 두 분이 우선 고맙다....^^

덕분에 견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즐거운 낚시를 하게 되었다.

 

낚시는 홍천강을 중심으로 몇 군데의 포인트를 찾아 옮겨가며 하게 되었다.

채비에 필요한 것이 많아 상당히 번거로울 꺼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아주 간단히 이동하고 금방 낚시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낚시대가 짧은 탓이 아닐까....

지인께서 나를 위해 특별히 제작해주신 왼대(견지대)를 감사히 받아 들고,

꼬물대는 구더기와 구수한 깻묵을 통에 담아 목에 걸고 물에 들어섰다.

구더기 꿰는 법은 예전에 한번 익혀둔지라 그리 어렵지 않지만,

터뜨리지 않고 꿰기는 썩 쉽지 않았다.

오랜 만에 보는 구더기는 꽤나 귀엽다...^^

고수 분께 견지 낚시의 법을 간단히 강의 듣고,

적당한 물 흐름을 잡아 편납으로 수심을 조정한 채비를 흘린다.

아직 감각이 무뎌서 느린 물에서는 미끼를 선행시키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의 대 놀리기 중에 드디어 입질이 왔다.

툭 툭...!

낚시법은 다르지만 늘 익숙한 녀석들의 인사다...^^

살짝 챔질을 하고 대를 감으니 여울 속에 숨어 있던 한 녀석이 물살을 가르고 올라온다.

가슴마져 시원한 물에 어울리는 말끔하고 잘 생긴 녀석이다.

이어서 다른 분들도 물 속의 아이들을 걸어 올린다.

각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다시 돌려 보낸다.

가끔씩 깻묵과 구더기를 조금씩 쥐어서 물에 흘려 아이들이 흩어지지 않게 모은다.

'이거 고기 밥 먹여 가며 낚시하는 맛도 꽤나 즐거운데...'

늘상 먹지도 못할 가짜 미끼로 고기 놀리는 짓만 하다가

여유롭게 고기 먹여가며 하는 낚시는 그동안의 밉상을 보상이나 해줄 듯 무척이나 흐뭇했다.

내 손에는 너희들을 먹여줄 먹이가 그득하다.

자, 위에 띄워 보낼테니 너도 한 입 먹고,

이번엔 가라 앉혀 보낼테니 너도 한 입 먹어라.

비록 가끔은 그게 미끼로 쓰이긴 하지만....

순전히 내 입장에서 보게 되었지만 아마 이 맛에 견지낚시를 하시는 분들도 계실듯...^^

 

한 동안의 낚시가 끝나고 입질이 뜸해지자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채비를 감은 후, 물을 나오기 전에 갑자기 아직 남아 있을 고기 생각이 났다.

'옜다. 한 입씩 더 먹어라'

그리고 그다음 낚시에서도 물을 나오기 전에 미끼를 한 줌씩 던져 주었다.

또 그다음 낚시에서도....

낚을 생각이 없는 밥주기를 낚시 사이에 간간히 해 보았다.

이건 더 재밌었다...^^;

마치 집의 아이가 동물원에서 먹이 던져주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는 듯....

너무 많이 주면 수질오염이 될 것이고,

먹혀지는 구더기도 제법 불쌍하고...

딴 생각마저 잊을 만큼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어쩌면 고기에게 남는 것 없이 몰인정한 플라이 낚시도 잠시 잊을 만큼....

 

지난 번 읽은 책에 낚시가 끝나면 꼭 준비한 먹이를 물에 흘려서

그동안 낚시하던 고기를 먹이는 외국의 한 플라이 낚시꾼이 생각났다.

그도 아마 이런 나의 딜레마를 겪었나 보다.

꽤나 멋진 생각이다.

 

나도 가끔 샛강을 가면 뭔가 먹일만한 걸 찾아 봐야 겠다.

물론 게으런 내가 얼마나....-_-;

 

PS, 그래가지고 어디 고기 입에 바늘이나 꿰것나? 지나가던 낚시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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