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기 아야 아야!"

한 날, 집의 꼬마가 요즘 내가 들고 다니던 플라이 낚시책 표지를 보고 내는 소리다.

두돌이 된 이제야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해서,

단어만으로 이어진 제 나름대로의 언어로 겨우 반쯤 대화가 되고 있는 딸아이다.

무슨 소린가 하고 책표지를 살펴보니,

송어 한 마리가 입을 쩌억 벌린 채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물보라 속에서 찍힌 사진이다.

그런데, 송어의 입부분을 보니 아마도 낚시바늘에 걸렸던 듯,

빨간 피빛 반점이 남아 있다.

평소에도 유난히 남이든 자신이든 뭔가 아픈데 관심이 많던 집의 아이는

책 표지의 사진 속에서 고기의 아픔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었던 것이다.

"꼬끼 아야 아야!"

아빠가 봐줄 때까지 자신이 찾은 '아야아야'를 부지런히 반복하여 알린다.

사진속의 고기가 무척이나 가여운 듯 얼굴을 찡그려 가며, 두손을 쥐고 부르르 떨기 까지 한다.

"응 그래 고기 아야아야 했어? 고기 호~ 해주자"

"호 ~ " ; 다함께.....

그제서야 제 할일을 마친 듯 딴 곳에 열중한다.

참으로 난망하고도 쑥스러운 일이다...-_-;

아이에게 한 방 먹었다는 생각도 들고....

나날이 낚시 다니면서도 낚시란 고기의 입에 쌩바늘을 박아 넣었다가 빼내는

상당히 잔인하고 살벌한(?) 일이란 걸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나 보다.

아이의 눈에서는 지극히 당연히도 뭔가 안된 일이라고 느껴지겠지.

이래가지고서야 나중에 이 녀석에게 낚시를 가르쳐 줄 수 있을 래나?

아이가 평소에 물고기 먹기를 꽤 좋아하니 낚아서 먹는 건 그럭저럭 가르쳐 줄 수 있겠지만,

먹지도 않을 고기를 그냥 낚았다가 '아야아야' 한 채로

다시 풀어주라고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랴?

어른이라면 뭔가 보기 그럴듯한 이론으로 속여 볼 수 있겠지만,

아이에게는 통하지도 않을 듯 하다.

어떻게 보아도 분명히 '아야아야' 한 상태이니 말이다.

허 참.... 이거.....

아이 덕분에 평소에 둘러쓰고 있던 자기합리화를 내던져보니

낚시의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듯 하기도 하고,

덩달아 나도 맘이 약해지기도 하고....

그냥 단순히, 낚시꾼 나름대로의 입장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낚시질이란 언젠가 이런 모순과 만나게 되어 있나 부다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제 아무리 지 혼자 입장정리를 해둬봐야

신과 같은 아이의 맑은 마음 앞에서는 '아야아야' 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