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낚시를 하다 보면 가끔 내가 하고 있는 낚시질이 허무해 보인다.

고기 한 마리 더 낚아서 뭐 할껀데,

더 큰 고기 낚으면 뭐 할껀데,

또 다른 바늘로도 낚을 수 있으면 뭐 할껀데,

남들 못 낚을 때 낚을 수 있으면 또 뭐 헐껀데,

그래봐야 낚시란 고기 한 마리 낚는 일이고,

내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가끔씩 어지럽거나 황당하다.

그리고 낚시꾼은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세상사에 대한 복수를 고기에게 해대듯

맘대로 낚거나 맘대로 풀어준다.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낚시꾼은 그저 오늘도 낚시대를 손에 쥔다.

낚시와 내가 사는 세상은 아무런 개연성도 없고, 각자 별개의 것일 뿐이다.

굳이 둘의 관계를 짓는 일이 어색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나는 낚시를 도피처로 삼아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살아야 할 세상을 피해, 또는 살아야 할 시간을 소비하며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세상들....

밥먹고 사는 세상 혹은 생활과 뭔가 다른 걸 먹고 사는 세상 혹은 생활들....

아마도 가치의 문제인 것 같다.

단순히 낚시 한 번 하는 것이 남은 세상보다 더 중요한가 하는 것은

그 생을 사는 주체가 결정할 몫이다.

허무한 생각이 드는 까닭도 아마 가치에 확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꼭 낚시에 해당되는 일만은 아닌 듯 하다.

복잡해 보이는 인간사 모두 한 줄에 꿰일지.....

다시 내게 던져 보는 질문,

그렇다면 나의 결정은 확고하며, 변함 없는 가?

디딘 흙을 다져서 성(城)을 굳히기 보다는

갑자기 그 성에서 휘~익 뛰어내리며

"그냥 재미로 사는 거야" 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내가 그립다.

진정 끝을 알면 손에 쥔 모든 것을 흘려 보낼 수 있을지....

그 지극한 가벼움 속에서 나도 두둥실,

흐름에 몸을 맡길 용기가 언제쯤 생겨날런지.....

근데 그게 용기에 속하는 거였나? 연습에 속하는 거였나?

난 낚시는 열심히 연습하는데...-_-;

PS, 아따 괜히 어려운 척하고 있네, 꼴깝하고는.....

그럼 낚시 않할껴?

마르코 : 언지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