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고급 장비


 

사실 난, 내가 전혀 고급 장비를 안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출조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내가 늘상 싸구려 장비를 쓰는 이유는

넉넉하게 취미에 쓸 돈도 없거니와,

없는 실력에 장비만 비싼 걸 갖추는 게 쑥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창고에 있는 내 장비를 살펴보면 플라이 로드라고 해도

대부분 국산 보세품이고 제일 비싼게 6만원을 약간 넘는다.

릴은 상황이 더 조악하다....-_-;

그나마 제일 돈이 많이 든 장비는 내 손으로 만든 자작 로드 몇 대이다.

그것도 순전히 블랭크대 재료비가 대부분이다.

제일 긴 대가 10만원 정도 들었나?

물론 그게 싸구려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그래봐야 이 바닥(?)에선 웬만큼 이름난 국산대들에 비해 절반 값이고,

명문의 해외 유명대에 비하면 아마 케이스 가격쯤 될려나....^^;

하지만 내가 제일 아끼는 대이고 주로 쓰는 손에 익은 대들이라

그런 대들과 바꾸자고 해도 바꾸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이미 녀석들에게 동화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라서....

 

지난 계류조행에서 운이 좋게도 로드에 대해 박식하신 분께 자작로드 test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격려(?)가 많이 섞였겠지만, 비교적 괜찮은 평가를 주셨고

단순한 나는 감개무량하게 내 로드를 받아 들고 다시 물가에 섰다...T_T

그리고 잠긴 생각....

 

실제로 내가 쓰는 로드는 일반적인 로드는 아니다.

너무 낭창거려서 처음 잡으면 캐스팅 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내공이 안되면 쥘수도 없다는 화룡도(^^;) 수준이라는 건 아니고,

지나치게 특수한 기능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로드다.

쉽게 말하면 엉터리 로드다...^^;

 

고급이라는 개념의 기준을 반드시 돈 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잠시 넓혀보면,

말 그대로 고급(高級)이란 급이 높다는 의미다.

급이 높음은 단계가 높다는 의미이고, 만사(萬事)의 높은 단계란

한가지 것을 나누고 나눠서 더욱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 보고, 고려하고, 감안해서

그 한가지 것을 안으로 깊히고 밖으로 넓히는 단계다.

그렇다면 나의 편협/극단 로드도 고급의 한 부류에 억지로 끼워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제작자의 특별한 입맛에 의해 맞춰진 세분화된 특성을 가진 로드이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아직 미숙한 내 낚시 기술과 수준에는 많이 과분한

진짜 고급 낚시대란 생각도 든다.

늘 낚시는 다니고 있지만

정작 내가 이 로드를 다 이해하고 써주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늘상 장비만 들여다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진정 고급이란 급 뿐 아니라 격이 높아야 되지 않을까?

낚시꾼이 스스로 격이 높은 낚시를 한다면

손에 쥔 장비가 막대에 썩은 줄이어도 무슨 상관 있으랴?

나도 언젠가는 한번쯤 고급 낚시를......

 

PS, 어쭈구리.... 이젠 장비 자랑까지...    지나가던 낚시꾼 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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