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날, TV에서 인간의 기원이라는 다큐멘타리를 보았다.

진화론적 인간의 기원에서부터 점차 변화해서 지금의 인간으로까지의

변신의 발자취를 훑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인간의 겉 모습은 수 십만년 전과 비교하면 꽤 많이 변한 듯 하다.

하지만 그 속은 어떨까?

겉 모습이 변한 것 외에 자라기도 했을까?

지금의 인간은 번쩍이는 기가와 테라의 시대에 사는 척 하지만,

정작 인간이 평생토록 궁금한, 온 인류가 수 십만년 동안 궁금해 온,

자신의 기원인 생명과 죽음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건 신이 아닌 이상, 당연한 것이 인간인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려 밝혀 낸 걸 들여다 봐도 크게 신통해 보이진 않는다.

생명을 쬐금 늘려서 늙어서 추한 채로도 대강 살 수 있는 방법하고

모르는 걸, 아는 척 꾸미는 갖가지 유무형의 틀 정도만 만들어 놨다.

게다가 그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둬 둔다...-_-;

아마도 갇혀 있는 게 편안한 듯.....

한시라도 옷을 입고 있지 않으면, 모여 있지 않으면 불안하듯이

인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욱 나약하게 변해 온건 아닌지....

세상의 파이를 인간 혼자 차지함으로써 얻은 풍요라는 이름 아래,

그나마 물질적으로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가식만 더해 놓은 듯 하다.

규율과 법칙, 예의범절과 체면, 가당치 않은 명분과 이념들......

원시시대보다 현재 인간 영혼의 평균 수준은 과연 맑을까?

어쩌면 발전과 함께 스스로 한 부분을 망가뜨려 왔다고 볼 수도 았다.

물론 내가 지금 해대고 있는 것처럼 사고와 추론이라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인간의 인식 영역을 확대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으로 인간은 동물과 스스로를 구분지어 왔다.

인간이 동물에서 왔건 별세계에서 떨어졌 건 간에

인간의 생태는 동물과 깊은 연관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인간만이 스스로 그들과 멀어지려 온갖 노력을 다 해왔다.

그러므로서 인간 스스로가 갖는 각종 파괴에 대한 당연성을 찾고 있는 듯 하다.

전쟁과 질병의 공포가 지구를 휘몰아 치려는 지금에도

온 인류가 그나마 놓지 않고 꼭 여며 쥔 휴머니즘 마저도 비롯 그 뜻은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간 이외의 것은 배제한 채,

뒷편으로는 스스로를 높이는 지극히 자만스러운 이즘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낚시를 들여다 보면 비슷한 상황이다.

나날이 나아지고 손쉬워지는 비싼 장비들로 낚시꾼은 편해지지만, 

정작 낚시의 모습은 예전과 비겨보면 아름답지 않은 일이 더 흔해진 듯한 느낌은 무엔가?

이 역시 인간이 잃으면서 얻어온 역사의 단편인가 보다.

그리고 낚시꾼인 나는 어떤가?

가끔씩 캐치엔 릴리즈라는 이름으로 거들먹 거리며,

자연의 위에 서서 영장류라는 가면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럴바에얀 차라리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이론를 표명하며

떳떳하게 구는 편이 낫다.

진정 지금 이 낚시를 즐기면서도 떳떳하려면

바닥에 서서, 아니 바닥을 기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움직임이어야 할 것 같다.

그게 바로 진짜 자연에 동화된다는 의미일까?

인간이 자라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