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가을이면.....


 

어제 퇴근길에 집앞 버스정류장에서

달리는 차창 너머로 낙엽 한 장이 팔 랑~

 

'드디어 가을이구나.......'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고 느끼긴 했지만,

아직까진 내 입으로 가을을 들먹이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매년 떨어지는 첫 낙엽을 본 순간부터 가을을 느끼는 모양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예로부터 남자에게 말 많은 계절 중의 하나지만,

나도 남자인지 가끔씩 별생각을 나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가을은 남다른 뭔가를 내게 휙~ 던져주고, 재빨리 걸음을 재촉하여 자신은 총총히 사라진다.

남은 나는 어쩌라고....T_T

가을부터 시작된 나만의 은밀한 혼돈은 겨울까지 이어진다.

겨우내 남아 있던 낙엽이 얼고 녹고 얼고 녹으며

봄날 햇살에 잔설과 함께 삭아들 무렵에야

언제 그랬나는 듯이 아무것도 기억 못한 채,

다음 가을까지, 다음 첫 낙엽 때까지

다시 찾은 조증(躁症)을 땀을 흘려 가며 즐겨 본다.

 

이젠 난 다시 울증.....?

 

가을은 좋은 햇살과 하늘색에 찬란한 풍(楓)을 갖고 있지만,

나날이 조금씩 식어가는 체온 탓에 오히려 서럽다.

 

글쎄? 언제 부터 자각하기 시작한 증세(?)인지 모르지만

벌써 제법 된 듯 하다.

어릴 때의 기억으로 특이한 것은

이성을 알기 시작한 나이 때부터는 언제나 겨울이 시작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무.. 물론 여자다...-_-;

증세를 이기지 못해 나름대로 처방을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늘상 새로운 인연은 겨울에 만나 이듬해 봄에 끝나거나

혹은 다음 겨울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_-;

이미 아이의 애비가 된 지금의 나로선

다시 그런 처방책을 기대할 순 없고,

요즘엔 새로이 꺼내 들고 있는 것은 역시 낚시다.

 

가을.... 참으로 낚시하기 좋은 시절이다. 그리 춥지도 그리 덥지도 않고,

좋은 기후에 멋진 자연까지 덧 보태어 증세를 잊게 한다.

물론 낚시가 아니라 뭘 해도 좋은 때지....^^

 

총총히 사라질 가을은 나와 놀아줄 고기마저 서둘러 데려 가버리지만

차디찬 겨울이 와도 요즘하는 플라이 낚시는 그다지 두렵지 않다.

뭐, 저수지 양어장 송어낚시라는 모두가 반기지는 않는 카드판의 쪼카같은 녀석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 놀아줄 대상이 사라진 채로도 즐길 수 있는 몇가지 장점 때문에

플라이 낚시가 좀 더 맘에 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아무도 없는 한적한 물가에서 혹은 얼음가에서 제멋대로 해보는 캐스팅 연습,

두둑한 책을 끼고 소파에 누워 훅 패턴과 기법을 넓히는 시간,

다음 시즌에 쓸 훅을 부지런히 매어두는 시간,

그리고 가끔씩 해보는, 나는 뜨뜻한 아랫목에 이불 덮고 있지만,

이 추운날에 얼음장 밑에서 근근히 숨을 아끼는 고기 생각에

넘어가는 한 해를 반성하고 조금 더 키울 다음 해의 내 낚시를

그려보는 시간......

 

채, 가을을 즐기기도 전에 벌써 겨울을 걱정하는 조금 웃기는 올 가을이지만

이번 가을도 나는 낚시 덕에

그리 아프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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