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덕체.....

어릴 때 다니던 국민학교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번쯤은 보았던 내용이다.

智 德 體.....

지금은 개성과 개개인의 특성을 살피는 조금은 여유있는 시절인 척하지만,

全人교육이 교육의 정답으로 확고 부동의 자리를 잡고 있던 예전에는

모든 것을 꿰뚫는 정답이었다.

학교이기 때문에 智가 먼저 온 것은 이해가 간다만,

어째서 순서가 지덕체로 되었는지는 아직도 나의 좁은 눈으로 읽어 내기엔 난감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밥도 잘 먹고, 구구단도 잘 외고, 반 애들과도 친하게 지내면

그걸로 다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이 좋았던 듯.....-_-;

이제 낚시꾼인 내가 다시 돌이켜 보니,

낚시꾼에게도 지덕체라는 세가지 덕목이 꽤나 중요해 보인다.

괜히 꼬마 때부터 강요 받은 건 아닌가 부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비교적 남들 보기에도 괜찮은 낚시꾼이 되자면

고기에 대해서나, 고기의 먹이에 대해서나 고기가 사는 환경에 대해서

그리고 각종 장비나 기법에 대해 지식을 꿰고 있어야 하고,

실제로 알고 있는 바를 몸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지녀야 하고,

마지막으로 고기와의 관계, 그리고 낚시꾼과의 관계, 간혹

가족이나 동료와의 관계까지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덕을 지녀야 할 것 같다.

이 세가지를 이룸으로 해서 낚시꾼은 벌써 또 다른 지덕체를 이룬 완전인(完全人)이 되겠지.

뭐 꼭 이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낚시로 공부 삼는 사람들은 덤벼 볼만한 일이다.

낚시만 제대로 배워도 사람이 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이 틀리지는 않은 듯....

나도 아직 사람이 덜 되어 낚시 공부 중이고....-_-;

실제 현실은 이 세가지만이라도 이뤄내기란 상당히 벅찬 일이다.

그래서인지 지덕체를 갖춘 낚시꾼을 주위에서 찾기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물론 하나도 못 이룬 나도 마찬가지지만,

썩 뛰어난 낚시꾼이라고 해도 이 셋 중에 하나 정도는 조금씩 아쉬움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에 하나를 더 보태려 한다.

먼 나중에 낚고 낚고, 또 낚고를 반복하다 보면,

여러가지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할테고,

그리고 그 딴 생각의 끝 부분에는 낚시의 중요한 주인공인 자신과 고기에 대한

생각은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먼 훗날 고기에 대해서는 아끼는 마음을 넘어서

우주 속에 똑같은 한 티끌임을 깨달아 곁에 나란히 서는 단계가 되자면

진심(眞心)이란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진심어린 참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낚시를 통해 나 이외의 것과 소통해도 결국 나로 돌아 오게 되어 있고,

자신 속에 숨어 있는 진심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그 속에서 폭발을 거듭한 후,

다시 모든 것에 함께 녹아 들겠지.....

굳이 完全人으로 서지 않아도 되는.....

아마도 모든 것의 끝에서 깨달음을 얻듯이,

낚시의 끝에서도 찾을 수 있는 숨은 한 가닥 오솔길

智德體 그리고 心....

아마도 그 心은

먼 옛날, 임제가 말해주던 그 "참사람" 그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