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낚시를 게임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옛사람이 보기엔 우스운 일이겠지만,

나날이 각박하고 어렵다고 하지만, 그나마 먹고 살만한 모양이다...-_-;

게임의 기본 요소에 룰과 심판이 있다.

이기고 지는 편이 있기에 정확한 승부를 위해서 심판이 존재한다.

그리고 간혹 비열한 수를 막기 위해서도 룰과 심판이 존재한다.

그리고 심판은 상황에 따라 그 룰을 조정하고 해석하기도 한다.

심판이 없는 게임이 몇 가지 있는데,

예를 들자면, 딱지치기, 제기차기, 지뢰찾기(PC용) 등이 있다.

이 모두 단순하거나 OX가 명확한 경우의 게임이다.

그리고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중의 하나에 낚시도 있다.

특히 혼자하는 일이 많은 이 플라이 낚시는 조금 더 한듯하다.

무슨 무슨 타이틀에 다양한 낚시대회에선 정말 심판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낚시라고 떠올리는 게임에서는 누구도 심판이 없다.

일부 나라에서 막아둔 기간별 낚시 금지나, 체장 얼마 이하는 포획 금지,

그리고 포획 방법에 따라 금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심판이 있긴 하지만,

그건 룰이고, 실제 낚시하는 순간에는 나와 고기 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낚으면 낚은 것이고, 못 낚으면 못 낚은 것이다.

낚다가 놓쳤 건, 거의 다 낚았든, 모두 혼자 스스로 하는 판단의 몫이다.

사진을 찍껀, 어탁을 뜨건, 비늘을 모으건, 매운탕을 돌리든

굳이 증거를 남길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낚았으면 낚은 것이다.

사진이나 어탁도 잃어버리면 그게 그거고,

매운탕을 얼큰히 나눠 먹은 이도 술 한잔에 잊어 버리면 그게 그거다.

물론 나도 바쁜 생활 속에 어제 낚은 그 고기를 잊어 버릴 수 있으니 결국 그게 그건가....^^;

어쨌거나 승부의 결과는 알고 볼 수록 단순하다.

결국 낚시꾼 스스로가 심판인 것이다.

낚시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심판이 없으니 고기의 *알을 차도 되고, 눈을 찔러도 된다.

히든카드를 두 장씩 까도 되고, 맘에 안들면 판을 엎어도 된다.

상황에 따라 룰을 낚시꾼 제 맘대로 막 바꾸기도 한다.

그래도 고기는 아무 말 없다......

굳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심판을 찾지도, 같은 방법으로 갚아오지도 않는다.

그저 말없이 다시 또 걸어오는 게임을 받아 줄 뿐.....

여기서 잠시! 낚시꾼은 어떤가?

내 바늘을 외면한 고기에게 응징을 다짐하며, 다음 기회의 복수를 기약한다.

반드시 성에 찰만한 양의 보복과 설욕을 한 후에야 후련히 웃는다.

어,    누구 닯았군...-_-;

다시 돌아가면 역시 심판의 또 다른 역할 역시

낚시꾼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알고 보면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동료 낚시꾼에게 욕먹지 않는 수준이어야 하며,

상대인 고기에게도 욕먹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