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마다 낚는 게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누구는 산천어를 낚고, 누구는 열목어를 낚고, 누구는 피라미를 즐거이 낚는다.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게 있다.

누구는 고기를 낚고, 누구는 세월을 낚고, 누구는 사람을 낚고, 누구는 인생을 낚는다.

그리고 어딘가 한쪽 구석에는 스스로를 낚는 이도 있다.

낚시를 통해 고기 낚는 스릴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지만,

잠시 시간과 생활을 잊기 위해 낚시를 찾는 이도 있다.

그리고 낚시를 통해 맘 맞는 사람을 찾아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낚시에 빠져 자신의 생활 전체를 낚시에 담그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낚시를 통해서 내가 자라는 것이다.

바로 나를 낚는 낚시....

'나를 낚는다'란 녀석을 좀 더 살펴보자,

여기서는 낚는다의 의미가 이렇게 해석된다.

내게 있어서 낚는다는 것은 무엇을 꼬여서 손에 쥐었다 다시 놓아주는 일이다.

나를 낚시라는 의미로 꼬여낸 후, 조금 더 높은 혹은 넓은 혹은 깊은,

혹은 알 수 없는 단계로 옮겨가는 것이다. 

아래도 추락할 수도 있지만, 일단 옮겨가는 것 자체가 자람이다.

이 역시, 실제 낚시와 마찬가지로 낚기만 하는 반쪽 낚시로는 나는 자랄 수 없다.

다시 놓아 주는 과정이 있기에 나는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먹어 버리는 것도 방법일테지....^^;

아주 깨끗이.....

낚시에 꼬일 때는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낚시에 낚여 버리는 순간에는 무척이나 아프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스스로 바늘을 뽑고 다시 물에 들어 서는 순간,

나는 아까의 그 나가 아니고 물은 아까의 그 물이 아니다.

숱한 출조의 반복 속에서 나는 자란다.

비록 그 자람이 일주일 동안 끼는 손톱의 때 만큼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자람은 정확히 낚시의 기술이나 지식의 자람이 아니다.

나 그리고 또 나와 비슷한 생물 혹은 무생물이라고 가정해둔 그들과의 부대낌 속에

조금씩 뭔가 느끼며 알아 가는 것 같다.

원래 알고 있었지만 잊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들을....

자라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는 모른다.

그냥 매일 매일 키가 크는 꼬마처럼 그저 자라는 일이 즐겁고,

그걸 알게 되기 까지는 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리고 그 끝도 그리 궁금하진 않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한순간 반짝이고 다시 사그러져

어둠 속에 흩어져 버릴테니까.....

그리고 난 그 핑계로 내일도 낚시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