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쎈 척하기


 

어릴 때부터 사내 녀석이라면 늘 해보는 일 중에 하나가 쎈 척하기다.

'남자는 배짱, 여자는 절개'라는

우찌보면 말도 안되는 이언절구를

386세대 이상들은 자신도 모르게 외워 온 것 같다.

 

우선 나를 봐도,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서로 길 안 비키나, 버스 안 좌석에서의 무릅싸움,

극장의자의 팔걸이 차지하기 같은 정말 사소하고도 치졸한

매일 매일, 순간 순간의 쎈 척하기 한 판을 여전히 벌이고 있다.

아직은 그나마 젊은 것 같아 흐뭇할 때도 있지만...-_-;

역설적으로 어머님이 해주시는 가부장적 밥상을 받으며 자란 우리시대의 남자들은

턱밑에 털이 자라난 후에도 여전히 어리며,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쎈 척 하기를 놓지 않는다.

 

물리적 힘이나 배짱에 좌우되지 않는 곳에서는 또 다른 쎈 척하기를 입는다.

아는 척하기 라고나 할까?

어른이라는 가면을 쓴 후에 재빨리 배우는 것들 중의 하나다.

낚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서로 잘 모르는 것이 많은 플라이 낚시에서는 더욱 쉽다.

나 역시 모르는 건 대강 얼버무려 가며 아는 척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속이긴 쉽지만 고기에겐 어디 그러랴?

나는 아직 고기에게 쎈 척하는 낚시꾼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가끔 안 물면 폭파시키거나 약을 풀어 버리겠다는 허풍을 날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농담이다....^^;

제발 물어 달라고 비는 낚시꾼이 있는 가 하면 온갖 밑밥과 미끼에 아부(?)를 바친다.

빈 바늘을 던져 놓고 배짱 좋게 기다리는 낚시꾼은 아마도 꽤나 민망한 훌치기 뿐인 듯....

그리고 역시 쎈 척하는 고기도 보지 못했다.

제 아무리 큰 고기도, 약은 고기도 어느 순간에는 미끼에 끌려 바늘을 문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마도 낚시꾼들끼리만 서로 쎈 척하고 있나 보다....^^

 

진정 고기에게 쎈 척하려면

'내가 너를 안 낚아도 나는 여전히 나 혼자 꿋꿋하다.' 라고 쯤 생각해야 할까?

그렇다면 혹시 고기도 약한 척 해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워낙 만만찮은 녀석들이 많아서리....

 

낚시꾼도 배짱, 고기도 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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