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고, 손 수,   손이 높은 사람이라.....?

낚시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고수라는 말을 쓴다.

원조가 아니었나라고 생각이 드는 각종 무도(춤이 아니다. 오해 말자)에서 흔히 쓰이고,

그 외에 장기, 바둑, 화투 등에서 기예를 가리는 곳에서도 쓰이며,

PC오락 등에서도 쓰인다.

가만히 보면 모두 취미에서 시작되어 단계가 높아 짐에 따라 그 이상의 수준이면

고수라고 부르는 것 같다. 프로와는 또 다른 세계, 고수......

프로에는 왠지 살기가 느껴지지만 고수에게는 인간미가 느껴진다.

왠지 프로는 넘어지는 적수에게 한대 더 때려 끝을 볼 것 같지만 고수는 넘어지더라도 뼈는

부러지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해줄 것만 같은 거라고나 할까?

요즘 배스 낚시에서 쓰이는 프로배서(Pro-Basser) 제도가 정이 덜 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낚시도 하고, 돈도 벌고 정말 좋은 건데 말이다.....

처음에 나는 고기를 많이 잡는 사람을 보고 고수라고 불렀었다.

똑같은 장비나 나보다 더 얼렁뚱땅한 장비로도 척척 잘도 잡아 내는 낚시꾼들....

남들은 꽝칠 때, 뭔지 알 수 없는 어떤 감각으로

항상 몇 마리씩이라도 고기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들....

어버님께서 그런 스타일이셨다. 바다를 가던 민물을 가던 나와 동생은 꽝에 꽝을 치며

나중엔 딴 장난하다 점심 먹으러 돌아와 보면 항상 몇 마리라도 잡아서

어머님께 매운탕 꺼리를 건내시던 아버님.....

물론 요즘도 그렇다.

그런데, 플라이 낚시를 하면서 어느덧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고기가 평생 잡아 내야할 숙제가 아니고, 먹어 치워야 할 원수가 아님을 알게 된 이상

단순히 많이 잡는 것으로 고수를 칭할 수 없었다.

어떤 고수는 일부러 많이 잡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잡으면 고기에게 미안해 하며

낚시대를 접는다. 아버님께서도 그러셨던 것 같다.

해마다 줄어드는 조황이었지만 늘 때가 되면 낚시대를 접자고 하시며,

끝까지 갯바위에, 물가에 붙어 있는 나를 점잖게 달래셨다.

나도 이제 아버님 흉내를 가끔 내보곤 한다. 하하......

반면에 고기는 못 잡아도 장비나 채비 만큼은 훤~ 한 낚시꾼이 있다.

어디에서는 무슨 채비가 잘 듣더라, 요즘은 이런 채비를 쓴다더라... 등등 나름대로

과학적 이론으로 곧 잘 채비를 개발해내기도 한다. 물론 그래서 잘 잡는 사람도 많다.

어떤 이는 고기 낚는 건 뒷전이고, 한바탕 노는 게 주목적인 낚시꾼도 있다.

낚시를 가면 꼭 초장과 뚜꺼비(소주)를 준비해야 하며,

얼큰한 매운탕이 없는 낚시는 낚시가 아니라고 하며, 맑은 공기에 멋진 경치 구경에

낚시 온 것만으로도 즐거워 하는 풍류파가 있다.

요즘은 이제 그런 사람들 모두가 고수로 보인다.

아니 나만 고수가 아니라고 보이기도 한다.

고기 잘 잡는데 고수, 장비에 고수, 캐스팅에 고수, 타잉에 고수, 물 구경하는데 고수,

고기랑 친한데 고수......

각 부문별로 나름대로의 관이 뚜렷한 사람들......

난 그냥 얼렁뚱땅한 장비로 어쩌다 한 마리 낚으면 재수고,

못 낚으면 안타까워하다 마는 보통 낚시꾼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먼 훗날에 고수가 된다면, 아니 될 수 있다면

난 고기랑 친한 쪽으로 고수가 되고 싶다.

고기가 날 봐도 놀라지 않고,

재미로 내 바늘을 한 번 물어 주고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