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읽고 있는 플라이 책의 성격은

실전/실용서의 냄새가 짙다.

예를 들면, 비드의 핵심은 움직임보다 반짝임이다.

또는 수중에서 생명체라는 표시는 반짝임과 투명성이다 라든지,

흐린 날의 늦가을은 프라임 타임이 된다. 등등...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서술해나가고 있다.

독자는 A는 B이다 는 식의 외우기만 하면 꽤 잘 써먹을 수 있을 듯한 내용이 많다.

아마 작가의 오랜 경험에 의해 정리된 내용이겠지만,

간간이 이유를 따로 풀어가는 것을 보면 그럭저럭 머리가 끄덕여 진다.

그리고 독자를 설득할만한 무시하지 못할 약간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내용도 내용이지만, 솔직히 그럴 수 있는 그들의 자신감이 많이 부럽다.

아마도 웬만큼 오랜 동안의 낚시 경험과 그리고 나름대로의

체계적인 정리에 의해서 쌓아진 견고한 성(城)일테지.

그리고 그 성 위에 굳건히 올라서서 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자의 당당함....

그때 쯤이면 이미 성 안에 담긴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실제와는 많이 다르거나, 혹은 아예 엉터리라고 하더라도....

그는 이제 성을 쌓는 법을 익힌 것이다.

배운 것이 아닌 스스로 익힌 것이다.

다음 성은 좀 더 쉽게 쌓을 수 있을 것이며,

굳이 또 다른 성을 쌓지 않아도 된다. 그는 이미 한 성의 성주(城主)이니까.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일단 또 다른 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주,

다른 성을 보기만 해도 구조와 내용, 그리고 그 성주를 짐작할 수 있다.

왜냐면 그리 다르지 않은 길을 나란히 걸어온 성주이니까....

낚시질 가지고 별 생각을 다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성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일가를 이룬다는 일본식의 익숙한(?) 표현도 있구만....

먹고 사는 일과 그렇지 않은 것을 포함한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툭, 삐져 나오게 되고,

먼 시간이 지나서 그 끝이 다시 뭉뚝히 닳거나 다듬어 져서

다시 그 위로 쌓아 올려질 새로운 것들의 기초가 되어 견고히 박혀진다면,

짧은 듯 혹은 긴 듯한,

무엇이 중요한 건지는 아무도 모르는,

왜 서게 되었는지 모르고 왜 눕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오늘 내가 사는 사람의 일생도 그리 아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이 모든 것 역시, 알량한 자기 만족이나 머릿 속의 장난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 성을 쌓기란 그리 녹녹치 않음은 나(我)나 당신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후훗.....

물론, 당장 오늘 저녁에 죽는다면 얘기가 좀 달라 지겠지만...^^;

쌓다 만 성도 그럭저럭 운치가 있다.

보다 좀 더 넓고 깊은 눈으로 들여 다 본다면....

아마도 그러한 눈 역시 성주라면 좀 더 쉽게 가질 수 있을 듯....

PS. 제대로 된 낚시 한번 해보기도 버거운데, 성은 무슨 얼어죽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