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사진 찍는 일에 취미가 붙었다.

올 여름에 새로 카메라를 구하고 나서

넉달 동안 날린 필름도 대략 40여 롤....

그동안 나를 거쳐간 많은 취미들이 그러했듯이

어느 정도 내가 지칠 때까지는 끝을 본 후에야 잠시 멈칫거리게 된다.

그리고 그건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나의 일부로 남는 것 같고....

무작정 찍고 보니 이제 나도 약간 정신이 드는 듯하다.

우선은 인화값이 아까워 요즘은 밀착으로만 뽑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이젠, 드디어 사진찍기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은 왜 찍는가?"

인류 전체가 사진을 왜 찍는가는 묻기 어렵다.

다시 바꿔서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나는 무엇을 찍는가를 들여다 보는 것이 좀 더 쉬운 질문일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집사람과 애기사진을 즉 인물사진을 주로 찍었다.

요즘도 뭐 크게 다르진 않지만, 조금 바뀐 게 있다면

뭔가 남기고 싶은 장면, 두고 다시 보고 싶은 순간들을 찍게 되었다.

맘에 드는 분위기, 맘에 드는 풍경, 맘에 드는 순간 등....

그렇다면 사진을 왜 찍는가는 단순해진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남과 나누기" 위해서 였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따듯해지거나 시려오는,

혹은 살고 싶거나 살기 싫어지는 때가 있다.

그런 사진을 나를 위해 남기고 남에게 옮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나의 본업(?)인 낚시는?

"낚시는 왜 하는가?"

다양한 이유를 즐기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생활을 위해서,

혹은 고기를 포함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역시 나에게만 물어 보는 일이 쉬울 것 같다.

나는 낚시를 왜 하는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늘 내가 해대는 "고기 아끼는 척하기" 나 "고기랑 친해지기" 위해서라고는 차마 못하겠다.

사진과 놀았던 앞의 과정을 다시 돌려보면

역시 낚시도 나를 위해서 였다.

하지만 남과 나누기 위해서 편은 어떨까?

동료 낚시꾼이나 가족과 나누기 위해서? 그렇진 않은 것 같고, 고기를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낚시라는 취미가 갖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이 여기서 들통난다.

낚시를 가면 낚시꾼 자신만 즐겁지 누구도 즐겁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낚시꾼들끼리 갖는 모종의 교환이나 낚아온 고기를 공유하는 일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지들끼리만 즐기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예수님도 아닌 이상 두 어 마리의 고기를 몇이나 함께 하겠는가?

정작 가장 친해야 할 대상인 고기는 어떠한 이유를 댄다고 해도 오로지 괴롭기만 하다.

정말 낚시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낚시 이외의 부분인 자연보호나 이웃사랑,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 흐르는 물과 같은 자연스럽고 푸근한 마음 같은 걸 강조하고 있나 보다.

뭐 따지자면 인간이 갖는 취미생활치고 남 위하는 게 몇이나 있을지 모르지만,

남 괴롭히는 취미인 이상, 여전히 남보다 뜨끔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허 참......,

그럼에도 낚시는 왜 하는가?

뭔가 그럴듯한 변명은 전혀 없나?

낚시꾼들은 두터운 얼굴로 신나게 즐기다가 죽을 무렵에야

"고기야 미안" 이라고 한 마디씩 설운 고백을 더해야 하나?

제 아무리 물어 봐야 말도 안되는 우문일지도 모르겠군.

나만 좋으면 그만 아니냐고 떳떳이(?) 지내는 일도 나쁘진 않지만,

내가 굳이 덧붙이고 싶은 변명이 딱 한 가지 있다.

낚시로 내가 자라고 설익은 자람이나마, 자란 만큼을 남들과 공유한다면 어떨까?

그 공유는 낚시꾼이 아니더라도 아마 가능하다.

설익은 자람이라고 해도, 여러 낚시꾼들이 겹치면,

늘 생각이 많은 낚시꾼들이라, 그동안의 숫한 사상가 못지 않을 듯 하다.

우선 숫자로 봐도 일단 훌륭하군...-_-;

그리고 자랄수록 고기들도 좀 덜 아플래나?

그러자면 우선 낚시꾼들이 입을 열어야 겠다.....

나처럼 엉터리 낚시꾼 말구....

PS. 나의 어릴때 좌우명 : 재밌지 않으면 안 산다.

      다시 낚시는 왜 하는가? : 재밌잖아?

      지나가던 진짜 낚시꾼 曰 : 닥쳐!   닥치고 낚시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