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낚시를 다녀오면 아내가 늘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고기는 좀 낚았어요? 재미는 있었어요?"

어찌 된 일인지 요즘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고,

그냥 "잘 다녀 왔어요?" 정도가 다 인 것 같다.

아마도 낚시를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젠 그런가 부다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출조 후에 돌아와선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요즘은 내가 뭘 낚았는지, 몇 마리나 낚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러자 아내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낚시 가서 고기를 낚는 일도 드물고,

돌아와서는 항상 고기를 낚아도 낚았는지 말았는지 별 말이 없고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아서 이고,

그렇게 좋아하는 낚시니 고기를 낚던 못 낚던, 대를 뿌러 먹던, 물에 빠지던, 어쨌거나 재밌었을 테니

아예 묻지 않는 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나도 이제 고수 다됐지요? ...^^"

음.... 가만 보니 나보다 아내가 더 고수가 아닌가....

나야 기껏해야 고기욕심 덜 내는 척하고 있지만, 아내는 이미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모양이다....^^;

여지껏 멀쩡한 낚시를 가지고 이리 메치고 저리 메치며 딴 짓을 해오던 나는

잠시 반성했다.

고기 낚는 일이야 솔직히 이젠 나도 별 상관 없다. 뭐 낚던 말던....

언제, 고기 제대로 한번 낚은 적이나 있었나?

그런데 내가 늘 낚시를 생활처럼 호흡하고 있지만,

낚시가 즐겁다는 생각은 잠시 잊고 지낸 듯 하다.

출발 전의 준비와 설레는 마음은 아직까지 뚜렷한 즐거움이다 마는,

그렇게 고대하던 낚시를 다녀 오는 동안은 그리고 다녀오는 길은 어쩐지 예전처럼

그리 즐겁지 않다.

아주 오래된 부부 마냥 덤덤할 뿐.....

고기 낚는 즐거움이 희석되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 자주 오래 낚시를 다녀서 그렇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처럼 익숙해진다는 것이 오히려 기뻐해야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감각이 무뎌진 모양이다.

낚시를 맡고, 낚시를 만지고, 낚시를 보는 낚시를 듣는 즐거움의 감각이 무뎌진 모양이다.

낚시만으로 느끼는 감각은 당연히 무뎌질 때가 되었다마는,

내가 생각하는 낚시를 통해 또 다른 것들을 느끼는 감각마저 무뎌질 순 없다.

나중엔 다시 낚시 만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낚시를 통해 세상을 즐겨야 하는 때가 아닐까?

아마도 올 한해는 낚시 법(法)에 대해서 너무 얽매였나 보다.

읽히지도 않는 책만 들여 다 보더니,

아마도 나는 머리만으로 낚시를 너무 많이 했나 보다.

다가오는 새해부터는 마음의 눈을 뜨고, 다시 낚시를 해야 겠다.

낚시만 내려다 보는 좁은 눈이 아니라

낚시라는 반짝이는 광각렌즈를 통해 다시

나와 너를 그리고 세상도 보아야 겠다.

그러고 나면 나도 아내의 요즘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