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던 책 중에 한 대목이다.

인간의 일생은 너무나 사소하게 끝난다.

한 마리의 모기에 물려 죽었다던 알렉산더왕의 이야기처럼

겉보기 삐까번쩍한 위대해 보이는 일생 뿐만 아니라,

남보기엔 그저 그렇게 무덤덤히 살지만,

그 개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무수한 사연으로 굴곡 깊던

수많은 인생들도 너무나 사소하게 결말을 맞는다.

우연찮은 교통사고, 또 사고들....

한번 들여다 보지도 못한 내 몸 구석 어딘가의 아주 조그만 고장.....

빗 맞은 총탄과도 같은 우연히 끼어들게 된 죽음들...

자살이나, 특별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것과 같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유를 누리는 극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인간은 언제나 고장난 시계 마냥,

스스로 생각하기엔, 맞지 않는 시간에 원하지 않는 결말을 맞는다.

비록 언젠가는 한 번 죽을 거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죽음의 순간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말을 뱉을 수 있는

인간은 몇이나 될까?

소유자도 모르게 불쑥 불쑥 고장나는 삶이라는 시계를 쥐고 사는 인간들...

어찌보면 그래서 더 살고 싶은 세상일지도 모르겠군....^^

낚시 속에도 역시 사소한 결말은 항시 존재한다.

고기들의 시계를 멈추는 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낚시꾼인 모양이다.

신은 인간의 시계를 멈추고, 인간은 일생동안 손에 닿을 만한 것들의 수많은 시계를 맘대로 멈춘다.

그렇게 보면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닐듯....^^;

또랑에서 강가에서 계곡에서,

아주 사소한 한번의 입질에서 결정되는 삶과 죽음....

인간은 영리해져서 가끔은 시계를 고치는 척하기도 하고,

시계를 무시하는 척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계속에 끼어 드는 사소한 한 알의 모래 알갱이에도 자유로울 순 없다.

반면에 고기는 그러한 잔꾀는 부리지 않는다.

그저 어제도 내일도 다름없을, 똑같은 입질을 반복한다.

찰나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배를 채우고, 삶을 잇고, 대를 이을 식사일지,

혹은 뭍으로 끌려가서, 나체사진을 찍히고, 배를 갈려, 불위에 얹어질 미끼일지 모르지만

그냥 덤덤히 알몸으로 받을 뿐이다.

고기는 아무 생각이 없어 그럴지, 긴 생각의 끝에 결정한 것인지 모르지만,

인간에 비하자면 소모를 지양하는 고기의 그것이 오히려 효율이다.

아마도 그것이 자연이 가진 지혜가 아닐까?

인간이나 고기나 사소한 끝은 매한가지 아닌가?

아, 동병상련...

또, 동상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