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담배 끊는 일이 유행이라더니,

혹시 낚시 끊는 걸로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낚시대를 꺽는 거고,

난 단지 대를 약간 끊었다.

캐스팅을 새로 익히면서 얼마 전에 맘에 맞는 로드 액션 스펙을 나름대로 찾았는데 금방 부러뜨려 먹었다.

새로 구하기도 뭣하고 해서

고민 끝에 오랫동안 아끼던, 그리고 아낄 뿐만 아니라 출조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10ft반의 자작 6번대를 수정하기로 맘 먹었다.

팁 부분을 조금 끊어 내어 액션을 수정해서 요즘 공부하는 캐스팅 연습용으로 쓰기 위해서 였다.

자작 중에는 비교적 앞쪽 녀석이라 모양도 투박하고 닳기도 많이 닳았다.

그만큼 오래 동안 아껴 쓰던 녀석이리라....

2년 전엔 한번 부러뜨려 먹기도 해서 다시 손본 녀석이기도 하고.....

일년에 이삼십번을 나가는 샛강을 나설 땐 꼭 함께하는 친구인데다가

강준치와 주로 친해진 녀석이라 고운 정도 들었고,

지금처럼의 망가진 캐스팅을 굳히게 해준 녀석이라 미운 정도 들었다.

칼을 들고 녀석의 예민한 부분을 끊어 내려니 일단 맘은 먹었지만 썩 내키지 않는다.

칼을 들었다 놨다.... 과연 끊어도 될까?

자를 줄였다 늘렸다..... 얼마나 끊어야 하나?

원래 이 녀석은 캐스팅 만을 위한 뻣뻣한 기존의 플라이 로드가 싫어서

고기와 소통하기 좋은 팁을 예민하게 살린, 그리고 의도적으로 길게 만든 로드다.

사실 소통하기 좋으라는 것은 고기를 좀더 섬세히 느끼며, 서로 겨루는 동안에 의사소통을 하는 장점도 있지만,

역시 한쪽 구석엔 손맛을 가장한 핑게도 숨어 있다.

지금 내가 그 낚시대를 끊는 것은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그것마저 버리는 일이다.

나의 낚시를 또 한번 조금 바꿔보는 일이다.

  ; 뭐, 물론 계류대들은 여전히 그렇게 남아 있다....-_-;

캐스팅 연습이야 다른 대로 해도 되지만,

가장 아끼고 자주 들고 나서던 대를 새로운 낚시에서도 여전한 친구로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 이 대는 고기를 느끼는 일은 많이 줄어 들 것이다.

그리고 고기와 노는 대신에 나와만 단 둘이 노는 시간이 늘어 날 테지.

낚시대가 좀 심심해질지 모르지만, 부지런히 놀아 주마.

고기도 덜 괴로울 테니, 조금은 좋아하지 않을까?

막상 칼을 다시 드니 고민과 아쉬움은 여전하다.

한번 끊으면 그걸로 끝인데....

낚시대나 내 낚시나...

에잇, 툭, 쓱삭쓱삭, 낑낑, 후우...............

어느덧 나의 친구는 9ft반이 좀 넘는 미디움 패스트 액션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나도 변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