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남동생이 하나 있다.

사실 동생이라고 해도 말이 동생이지 느낌은 별로 동생 같지도 않다...^^

어릴 때부터 둘이 꽤나 토닥이며..... 투닥이며 함께 자랐다.

완력이야 당연히 나이가 많은 내가 세었던 탓에

어머님께서 말리지 않는 한, 늘 내가 이기는 일이 많았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단지 나보다 한 대 더 맞았을 뿐이지 도무지 지는 일이 없었다.

어렸을 땐 좀 과격한 편이라 심하게 패는(^^;) 일도 있었지만,

절대 항복하는 법이 없는 꺽이지 않는 녀석이었다.

나중엔 내가 좀 자라고 나니 그게 오히려 이뻐 보였다.

이제 자라서 둘 다 직장이 서울이라 한 하늘 아래 살지만,

서로 바쁜 통에 자주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철든 이후에도 재미 삼아 서로 견주는 일이 여전히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역시 낚시다.

동생은 나와 조력이 비슷하다.

둘 다 나이가 기억 나지 않는 아주 꼬마 때부터 낚시를 함께 했으니 말이다.

꼬마 때부터 서로 고기 마릿 수나 크기로 잡는 일로 경쟁하던 일이 참 많았다.

역시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나름대로 재밌는 일이었던 것 같다.

가만 보니 이젠 내가 힘도 좀 딸릴 듯....

벌써 한참 전의 일이지만, 동생이 막 제대하고 나서

둘이서 겨울 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침낭 두 장 달랑 들고 산속에서 자기로 하고,

영남의 사자평을 꺼꾸로 올랐다. 길을 잘 못 들어 산속을 헤메는데,

난 꽤 지쳐서 쉬었지만 동생은 꿋꿋히 내 짐을 바꿔 들었던 가슴 아픈 기억이....-_-;

그날 밤, 침낭을 뒤집어 쓰고 나란히 마주 누워서

저녁 삼아 나눠 먹던 차가운 맨도날드 맥치킨과 진로 포도주가 우찌 그리 맛있던지.....

아, 다시 돌아와서...

각자 무슨 사회생활인가 객지생활인가를 하면서 바쁜 통에 동생은 낚시를 자주 못 다니지만,

나름대로 생활만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낚시를 익힌 것 같다(習이 아닌 熟).

먹고 싸는 게 선(禪)이라던 옛말을 무심치 않게 하는

가끔씩 만나서 대해 보는 동생의 낚시는 예사롭지 않다.

작년 이맘 때에도 내가 한 칼 먹지 않았던가?

짧고도 짧던 선.....

그때의 생각이 나서 이번 설 때 부산을 내려가면 학꽁치를 다시 해보려고 벼르고 있었다.

바늘도 새로 사서 상업용(?)으로 좀 매고 했지만,

본가에 전화를 드려보니 올해는 물이 차서(冷) 학꽁치가 거의 없단다.

올해는 특이하게 고기 구경하기 힘든 해라고 하신다. 다소 실망이다.

언제쯤 동생이 내려 갈지 확인도 할 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 니 언제 오노?" 이하 중략.....

" 올해도 학꽁치 같이 한번 하러 갈라구 했더니 올해는 물이 차서 고기가 없단다."    나

" 그래도 어딘가 한 마리는 있겠지. 가면 가는 거지 뭐."    동생의 대답 (으 음, 대단한 내공인데....)

" 그래 그 한 마리 잡으러 가자."    나의 대답 (그래 나도 질 수 없지)

나는 여전히 맘 속에 아쉬운 고기가 남아 있어서 그것 한번 낚아 볼려고 온갖 생각을 다 짜내는

여전한 하수라면, 동생은 이미 낚시에 별 욕심이 없다.

낚시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찾았나 보다.

그저 낚시대 한번 쥐고, 물가에 한번 서는 것만으로도

낚시의 의미를 다하고, 낚시를 통해서 바라는 것 모두와 통하나 보다.

나는 동생을 통해서 또 하나의 뚜렷한 낚시의 색깔을 볼 수 있다.

태생은 비록 내가 형이지만, 낚시로선 이미 좋은 친구이겠지....

허헛 그런데 이거, 아직도 내 선은 짧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