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이면 누구나 꾸게 되는 대물의 꿈......

대물이란 어찌 보면 상대적이기도 하다.

보통 어종에 따라서 채비에 따라서, 혹은 시기에 따라서 흔하지 않은 큰 물고기를 일컫는 말이다.

붕어의 경우에는 한자를 넘어 40급에 육박해야 들을 수 있는 말이고,

감성돔의 경우는 50급을 넘어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강준치의 경우는 60급을 넘어야 되겠지.....

납자루는 10cm만 넘어도 대물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

하지만 붕어낚시에 잉어가 걸리면 대물이 되고, 납자루 낚시에 붕어가 걸려도 대물이 된다.

예전의 쏘가리 4~50급은 흔했다지만, 요즘은 일 년에 몇 마리가 안 나오니 대물이 된다.

하지만 낚시꾼의 눈으로 보면 바로 내가 잡아 보지 못한 크기의 물고기가 대물이 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놓친 고기가 바로 대물이 되는 수도 있긴 하다...... -_-;

어쩐 일인지 나는 그런 기회를 얻을 운이 없었다. 라인이 터져버린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불명확한 이유 탓인지 대물이라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의 고기 자(尺)가 너무 큰 탓일까?

하지만 같이 낚시하던 사람들의 대물과의 한판 승부를 본 일은 많아서 상황은 안다.

처음 채비를 던져 넣었는데 갑자기 입질이 오고,

대를 세워 보지도 못하고 낚시줄이 터져 버리는 황당함......

혹은, 낚시대를 접기 전에 마지막으로 온 입질에서 전해오는 엄청난 힘과 함께

핑~ 줄 터지는 소리....

그리고는 대물은 사라져 버린다. 어슬렁 어슬렁.....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원래 대물들은 어종에 따라 지역에 연연해하기도 하지만 별로 집착이 없다. 그리고 총알과 같이

물튀기는 소리는 내며 도망가는 꼬마녀석들과는 달리

대물은 긴 싸움 후에도 여유가 있다. 어슬렁 어슬렁.....

넓쩍한 등판이나 등지느러미를 보여주면서......

이 때, 낚시꾼은 다시 대물의 꿈을 꾸게 된다.

고기의 얼굴도 보지 못해서 궁금증은 더욱 심해진다.

도대체 어종은 뭘까?

어떻게 하면 그 녀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낚을 수 있을까?

똑같은 채비에, 똑같은 시간에, 상황까지도 맞춰 보지만 좀처럼 녀석은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낚시꾼의 마음에는 그 녀석의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에버레스트 산을 올라야 겠다는 산악인의 각오처럼 낚시꾼에게도 평생을 건

집착으로도 남을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녀석을 다시 보게 되면 대부분 다시 놓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무슨 저수지의 수호신이니, 무슨 강의 터줏대감이니 하며 현지인들의 입담 탓도 있지만

낚시꾼에게는 다시 본 그 녀석이 반가울 따름이다.

얼굴을 보게 된 그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리고 놓아준다.

잘 가고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보자는 인사와 함께....

항상 높은 산, 아름드리 큰 나무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듯

낚시꾼에게도 대물은 일종의 경외감이나 오랜 친구와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

특히 전에 마주쳤던 경우라면 더 더욱....

이제 겨울이라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