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낚시인들에게 올리는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인사 말 중에 하나가

"즐거운 낚시 하세요" 다.

물론 나부터 즐거운 낚시를 하고 싶다....

좌충우돌 어릴 때 나의 좌우명 중에 하나는 "즐겁지 않으면 안 산다" 였다....-_-;

머리가 땜빵으로 굵어지면서 사는 것 모두가 즐거운 건 아니라는 건 금방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버리지 않고 쥐고 있는 까닭은

이제 다시 스스로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정말 마음먹기에 따라 만사를 즐거운 일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눈을 질끈 감고 한번씩 내뱉으면 적당히 폼도 난다....-_-;

즐거운 낚시라....

낚시꾼이 낚시가면 당연히 즐겁지, 즐겁지 않는 낚시도 있나?

뭐 있을 수도 있다.

고기를 못 잡아서 꽝인 낚시, 장비가 부서지거나 혹은 잃어버리는 낚시,

물에 빠져 오들오들 떨던 낚시, 오가는 길에 교통이 여러모로 안 받쳐주는 낚시....

이런 직접적인 것 외에도

함께한 낚시에서 나만 못 잡는 낚시, 초짜를 데려갔더니 나보다 더 잘 낚는 낚시,

서로의 마릿수 세느라 정신없는 낚시, 옆 낚시랑 싸움 붙는 낚시....

벌써 제법 많군...-_-;

하지만 이런 것들 쯤은 물가에서 흘러 보낸 시간이 조금 된 낚시꾼이라면 꿋꿋이 비껴 보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석연치 않은 낚시들이 좀 남아 있는데,

왜 물어 주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고기를 낚은 낚시,

내가 낚았다기 보다 엉뚱한 곳에서 예상 외의 고기가 물어준 낚시,

낚긴 재밌게 낚았는데 돌아서서 나오려니 어째 뒤통수가 가려운 낚시,

고기에게 내가 낚여 있는 듯한 낚시....

이 많은 걸 제치는 즐거운 낚시가 되기란 벌써 만만치 않는 일이군.

그런 즐거운 낚시를 하라고 빌어주는 일은

"득도 성불 극락왕생, 예수믿고 구원받고 천국가세요"란 말처럼

지나가며 툭 던지기엔 너무나 무책임하며 성의 없는 짓 아닌가?

그럼에도 내가 꿋꿋이 빌어 보는 이유는 따로 더 있다.

내가 꿈꾸는 진정한 즐거운 낚시란,

낚시꾼만 제 홀로 즐거운 낚시가 아니고,

낚시의 두 주체인 고기와 낚시꾼이 함께 즐거운 낚시인 것이다.

낚는 놈이나 낚이는 분이나

함께 즐겁고도 즐거운 낚시....

고기도 즐거운 낚시는 

역시 우리 삶의 그것처럼 낚시꾼의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날 시퍼런 바늘을 손에 쥐고서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내가 다시 웃을 일이지마는

그래도 일단 꿈 꿔보는 낚시.....

나부터 즐거운 낚시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