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차(茶)와 낚시


 

차(車)와 낚시가 아니고 차(茶)와 낚시다.

車는 낚시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茶는 웬일인고?

 

나는 차 마시기를 좋아한다.

차 종류는 가리지 않고 좋아했었으나,

요즘은 속이 안 좋아지면서 커피와 홍차류는 조금 멀리하게 되었다.

참고로 제일 싫어하는 차는 마구 섞은 차, 특히 현미 녹차....

차에 대한 기억을 조금 더듬어 보면,

학생 때 동생과 함께한 홍콩 배낭여행에서는 슈퍼마켓마다 가득한 차 코너를 보고 무지하게 행복했었다.

배낭 가득 차로 채워서 왔으니.....

그리고 스리랑카 인근으로 간 신혼여행 때는 홍차를 정말 가방 가득 담아 왔었다...-_-;

나의 차 마시기 처음엔 커피로 시작해서 우리나라의 녹차를 거쳐서, 스리랑카의 홍차,

그리고 다양한 잡차(花茶,果茶)를 거쳐서 요즘 마시고 있는 차는 중국차이다.

그중에서도 철관음 이라구 하는 녀석이다.

특별히 선택을 통해서 마시는 건 아니구,

사무실에 동료가 중국출장 후, 선물로 두고 간 차를

아무도 마시지 않아 쌓여 있는 걸 호기심 삼아 뜯어서 마시기 시작한 게

맛을 들여 버렸다.

 

철관음.....

철이라는 차가움과 관음이 주는 따뜻하고 온화함이라....

철관음의 원래 어원은 따로 있다고 하지만,

내가 갖는 내 맘대로의 느낌은 역시 이름에 맞는 듯 하다.

쇳조각처럼 딱딱히 말려 있는 찻잎을 물에 풀면

찻잎은 찬찬히 물을 마셔 속을 보여 준다.

한 모금을 삼킨 후, 입속을 감도는 관음의 미소....

 

내가 이 녀석을 마시는 방법은 단순하다.

격식을 따지는 다도와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게으런 탓이겠지.....

종이컵에 녀석을 바닥에 촘촘히 깔은 다음,

뜨거운 물에 잠시동안 몸을 풀도록 한 후,

바로 찬물을 부어서 식힌다. 그리고 하루 종일 물을 더해 가며 찬찬히 마신다.

향을 날리지 않고 식혀서 다시 모으는 효과와 함께

찬물을 통해서 단 맛을 좀 더해서 마시는 편이다.

특히 짙은 양념과 맵고 짠 맛에 익숙해 있는 편인 나는

이 녀석을 마시는 동안엔 잃어 버렸던 미각을 되찾는다.

보기엔 약간 누르스럼한 물일 뿐인데,

아주 미약하면서도 혀의 감각을 살려주는 독특한 향과 맛을 뿜어 준다.

온도에 따른 미묘한 향의 변화와 입속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미미(美味)

그리고 마시는 동안에 갖는 놀라운 즐거움....

그래서인지 단순하면서도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차는

스스로를 녹혀가며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감과 자리(席)를 베푸는 가 보다.

 

내게 있어서 플라이 낚시도 이 녀석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 것 같다.

겉보기에는 격식과 틀이 많은 플라이 낚시이지만,

속은 꽤나 따뜻한 편이다. 물론 그렇지 않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잡고 낚는 것에 집중하던 그동안의 굵은 낚시에 비겨서

낚시가 갖는 섬세함을 들여다 보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물을 덥히고 잔을 준비해서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일이나

바늘을 매고 채비를 준비해서 한 번의 캐스팅을 던지는 일이나

꽤나 비슷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나에게는.....

 

차와 낚시를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겉모습이긴 하지만

한 모금을 마시는 동안과

한 번의 캐스팅을 하는 동안 ,

수많은 자각과 연상의 기회를 준다.

 

그 기회를 쓰고 안 쓰고는 끽다꾼과 낚시꾼 마음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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