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낚시꾼들이 각각의 고기를 상대로 한 판의 낚시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낚고 누구는 놓치고 누구는 못 낚고.....

보통의 낚시의 결과는 낚느냐 못 낚느냐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낚시꾼의 행복은 낚느냐와 못 낚느냐에 따라 나눠지는 듯 하고....

누군 남이 놓치는 한 마리가 더 큰 행복이라고 하더라 마는....

간혹 나처럼 경치가 어떠니, 고기 낚는 게 다가 아니라느니, 고기와 사이좋게 지내느니 어쩌니 하면서

딴 생각하는 엉터리 낚시꾼이 있긴 하지만,

그건 낚시의 일부분이고 개개인의 취향일 뿐이지

정작 낚시의 본질은 아니다.

낚시를 통해서 낚시를 벗어나 잠시 하늘을 날 순 있지만,

그건 이미 낚시를 털고 일어선 후의 이야기이며,

낚시 속에서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낚시의 본 모습은 생명과 생명 간의 속고 속이는 놀이다.

그 놀이는 순간의 행복을 찾으려는 낚시꾼 이라는 생명에 의해 시작되어서 낚시꾼에 의해서 끝난다.

그리고 그 노는 방식에 따라 피 냄새가 나기도 하고, 웃음 소리가 나기도 하는 그런 것일 뿐이다.

크게 변치 않는 고기를 감안해 보면 그 방식은 낚시꾼에게 달려 있는 것이겠지.

누군 죽거나 다치기도 하고 누군 잠시 동안 멀쩡하겠지만 꽤 긴 세월의 눈으로 보면

그게 그거 아닐까?

오늘 잠시 뭍 구경하고 뜨끔한 한 번의 칼질로 세상을 뜬 녀석은

꼬여 있는 직장문제에 말 안듣는 자식, 바람난 아내, 병든 부모님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낚시꾼보다

행복할지 않할지 누가 알것나?

어쩌면 고기가 부러운 인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공의 수레바퀴라는 게 진짜 있어서 다시 한 바퀴를 돌려 본다면.....

그 때쯤 소똥에 구르는 행복을 알게 되면 만사가 행복일지도....

그 땐 정말 두 생명 모두 만사가 놀이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잠시 둘의 행복을 뒤섞어 보았지만,

일단은 내가 속해 있는 낚시꾼의 행복 쪽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보자.

그런데 낚시꾼은 짧은 순간의 행복에 비겨서 알 수 없는 긴 행복을 가질 순 없을까?

고난 만이 살아 있고 자각하는 영혼임의 징표이겠지만,

먹고 죽은 귀신의 때깔 이야기처럼 행복은 그 크기와 내용에 상관없이

영혼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그것 또한 자람 아니냐?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하나의 인간이 가지면 이기주의나 개인주의일 뿐이지만,

온 인류나 세상이 행복해짐을 바라게 되면 크디 큰 헛소리이기도 하면서

꽤나 듣기 그럴 듯한,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의 존재가 가져 봄직한 것이다.

단지 오늘 한 마리의 고기 낚기만을 바라는 단순한 낚시꾼이

그런 긴 행복과 그럴 듯한 행복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이룰 수 없을 만큼 많고도 어렵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순한 한 가지는

나와 마주 선 고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여력이 남는다면 옆에 서 있는 낚시꾼을 사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아직 사람을 사랑하기엔 내가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

PS. 여전히 사람이 덜 된 marc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