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낚시교 혹은 釣敎?


 

얼마 전, 다니는 직장에서 워크샵이란 게 있어서 좀 무리를 했었다.

어린 나이에 속이 안 좋은 관계로 술을 거의 끊다시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큰 잔을 한번 든 것이 무리가 되었나 보다.

 

어질어질 한 가운데, 직장동료들을 태우고 먼 길을 운전해서 사무실로 돌아 왔다.

가까스로 참았던 구토가 몰려와서는 한바탕 쏟아 붇고는

바로 퇴근해도 되었지만 어기적 어기적 사무실로 올라왔다.

왜냐면 워크샵의 마치는 시간이 토요일이라 일부러 사무실에 낚시대와 릴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장비를 챙겨다가 그나마 좀 나아지면 샛강으로 캐스팅 연습을 가기 위해서다.

그나마도 안되면 내일 오전에라도 잠시 나가기 위해서 이다.

낚시가 밥 먹여 주나, 캐스팅이 돈을 물어 주나?

참으로 눈물겨운 낚시꾼의 발악이다.....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감독하여 챙기는 것도 아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것일 뿐이다.

아마도 궁극의 자신을 알기 위해 도 닦는 사람의 모습이 이러할까?

 

집사람은 교회를 다닌다. 나 또한 어릴 땐 부지런히 교회를 다녔으나

머리가 굵어지며 게을러서 교회를 나가지 못했다.

결혼 초에는 아내와 함께 교회를 다시 나가기도 했었지만 이젠 나름대로 딴 생각이 있어서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에 아내는 아이와 함께 나서며 나와 함께 교회가기를 청하지만,

나의 종교는 낚시라며 농담반 진담반 웃어 넘기며 가끔씩 캐스팅 연습을 나간다.

그리고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안 청소를 끝냄으로써 나름대로의 면피를 구한다...-_-;

 

낚시를 종교로 여기는 것은 벌써 오래 전부터 많은 낚시꾼들에게 경험된 것이다.

고기 혹은 낚시 그 자체를 숭배하며,

누가 가라고 하거나 오라고 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피안을 찾고자 꾸준히 출조한다.

모든 생활 방식이 낚시위주로 전환되며, 낚시라는 것을 놓아 버리기 전까진

낚시로 호흡하며, 낚시로 사고(思考)한다.

종교라는 것이 어떤 한 가지 주체를 두고 믿음으로 연결되며, 안식을 갈구한다는 표면적인 것만 본다면

낚시 역시 충분히 종교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종교의 구성요소로 무리가 필요하다면 낚시꾼 수로 따지면 국내의 왠만한 종교인 수와 맞먹지 않나....^^;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종교가 갖는 이타보신(利他保身)과는 거리가 있다.

낚시꾼들은 낚시 다니지 않는 남들을 이롭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을 대신하는 고기를 괴롭힌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깍아 먹어 가며 출조라는 종교(?) 의식을 이룬다.

일부 힌두교인들의 고행을 통한 수행과 비슷하군....

그리고 그러한 겉보기와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는 낚시교의 진수는

낚시를 통한 스스로의 깨달음에 가깝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종교가 있음을 얼마 전에 알았다.

신을 정해두고 믿고 따르는 사람, 그리고 자신 스스로가 신, 혹은 진리 그 자체임을 아는 사람,

두 가지 모두 궁극에 가면 모두 같은 것임을 알겠지만

그 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나누고 구분하여 무리를 짓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낚시교의 가는 길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낚시를 통해 참 진리를 얻고자 하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종교와 다름 아니다.

물론 그냥 낚시하는 사람도 많다.

낚시는 낚시일 뿐인데 누가 뭐래나?

다만 내 생각엔 낚시의 희생에 고기가 따르니 그냥 뭉개긴 민망해서

종교와 한번 비겨 보는 것일지도.....-_-;

 

죽을 먹고 버틴 하루를 버틴 다음날 아침,

나는 몸을 일으켜 물가로 캐스팅 연습을 나갔다.

때마침 나의 신심(信心)을 검증하려는 듯 바람이 세차다.

태풍같은 바람을 거스려 가며

 

나는 오늘 나의 몫의 수행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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