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내 품속의 고기 한 마리


 

언젠가 낚시를 갔던 때 이야기다.

한참 저녁 라이즈가 대단하던 때,

캐스팅을 하곤 정신없이 훅을 흘리거나 움직이고 있던 순간,

발 아래 뭔가 검은 색 그림자가 휙... 하니 지나갔다.

 

'뭐지?

뭔가 움직인 것 같은 데.....'

움직이는 물체에 예민한 나는 찬찬히 발 아래로 눈을 돌렸다.

 

'어라.....'

모래 위에 웨이더와 신을 신은 내 두 발 사이에

뼘치가 좀 안 되는 꼬마 붕어가 무엇인가에 놀랬는지,

가뿐 숨을 내쉬며 숨어 있다.

바닥과의 빈 틈이 조금 더 있는 왼발 쪽에 몸을 바짝 밀착시키며,

꼬리를 빈 틈 사이로 밀어 넣고는

최대한 몸을 숨겨 본다.

 

'오호, 이 녀석이 물속의 적을 피해서 나에게 숨어 들었구나

내가 품 속으로 뛰어든 노루는 안 쏠 사냥꾼으로 보였나 보지?

짜슥, 니가 사람은 알아 보는 구나.

오냐, 내가 너를 잠시 품어 주마.....'

 

다시 놀랠까봐 난 하던 낚시를 멈추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녀석의 휴식과 미세한 움직임을 즐겼다.

슬슬 발목이 뻐근해질 무렵,

낚시가방에 넣어 두었던 카메라 생각이 났다.

녀석을 남겨 두면 좋으리란 내 욕심이었다.

카메라를 꺼내려 오른 팔을 드는 순간,

다시 놀란 녀석은 아까와 같이 검은 그림자가 되어 사라져 갔다.

 

잠시 동안의 녀석에 대한 우월감과 헛된 자만심은

그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다시 정신이 번뜩 든다.

내가 제 아무리 고기 친한 척 하여도

낚시대를 손에 쥔 이상, 녀석들에게 난 여전히, 낚시꾼 혹은 두려운 사람일 뿐이다.

도망쳐 온 물속의 적과 다를바 없는 그저 그런 두려운 이....

 

잊었던 현실을 알아챈 나는 할 말을 잊은 채,

잔잔한 수면 위에 다시 캐스팅을 더한다.

그래 난 낚시꾼, 넌 고기, 난 낚시꾼, 넌 고기.....

 

수면 위로 퍼져가는 파장처럼 괜시리 맘만 설레게 한

꼬마 붕어가 밉기도 하고,

잠시동안의 착각이나마 기쁘게 해준

녀석이 마냥 이쁘기도 하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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