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우선일까? 사람이 우선일까?

가끔 낚시꾼 사이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논쟁 중의 하나인데,

특히 환경보호 어쩌구 하는 플라이 낚시에선 자주 등장한다.

사람이 보는 눈에선 누가 봐도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다.

고기 한 마리 죽여서 사람 한 명 살릴 수 있다면

누구라도 미련없이 고기를 죽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눈이 아닌 고기 눈이라면??

그 역시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날 갈아 마시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사람이 뭐가 이뻐서 자식새끼 죽여가며 사람 배 불리랴.

고기가 우선이냐? 사람이 우선이냐? 하는 건 아무래도 신이 중재해야 겨우 풀릴 듯....

하지만 둘을 만드신 이가 손 들어 주는 편이 이기는 거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사람이 보기에 사람이 우선이라고 우기는 근거는

나름대로 쌓아온 정신세계 때문이겠지.

"우린 땅 위를 달릴 뿐 아니라 물속도 다니고 하늘, 그리고 달도 다녀왔다.

우리는 예수와 석가와 마호멧 그리고 공맹이 있으며,

우리는 돈도 있으며, 시장도 있고, 주식회사가 있으며 요즘엔 인터넷도 있다.

그런데 너는?"

하지만 고기에겐

어차피 살만큼 살다 죽을 엇비슷한 존재들끼리

살고 죽는덴 별 필요 없어 보이는 것들을 내세우며

알량한 자존심으로 무장하고 있는 우리들이 우스울 지 모른다.

사람이 자연을 위해 해주는 것이 도대체 뭐가 있나?

처음부터 끝까지 뺏어 올 뿐이지 하나도 더해 주는 거라곤 없다.

지금 이 글, 한 자 한 자 쳐대는 것까지 나무나 이끼(석탄과 석유)을 태운 한 줌의 전기를

날리고 있으니.....

아마도 있다면 다시 땅에 누워 스스로를 잘 썩히는 것 뿐일지....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사람 역시 자연 속에 넣고, 조금 욕심 많은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고 있겠지.

참으로 자연은 '엄마'의 타이틀을 가질 만 하다.

사실, 인간 빼고는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종족이 인간을 싫어하지 않을까?

잘해야 애완견들이나 잠시 고민할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손을 내밀어 다가오는 생물이 몇이나 있나?

1대 무한이라는 불리한 상황을 나름대로 버텨가는 모습이 봐줄 만도 하고,

그러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쨌거나 현상으로는 굴복이 아닌 파괴량으로 파악하는 승부는 사람이 조금 앞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고기보다 나을 수 있는 방법은 이렇다.

사람 스스로가 고기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다는 걸 깨닫는 것부터 이다.

아마도 고집 센 고기는 여전히 사람보다 지가 낫다고 우기겠지만,

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어서 고기에게 다가감으로써

비로소 신이 인정해줬을지도 모르는 영장류라는 타이틀을 쥘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고기에겐 무릎과 허리가 없어서 일까?

우리가 느끼지 못해서 일까?

가끔씩, 알면서도 낚시 바늘을 물어 오는 녀석에겐

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을 알게 된 고기의

인간을 위한 희생....

너는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