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고기 잡는 법


 

고기 낚는 척 하고 있지만,

내 낚시는 언제나 그렇듯 고기 잡는 일에 가깝다....-_-;

 

고기를 낚고 잡는 다양한 방법들....

이것저것 배우고 익혀봤었고 요즘은 플라이라는 한 가지에

길을 좁혀서 집중해 보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뾰족히 한 가지 칼에만 대한 집착이 줄었다.

한 동안은 플라이 라는 고기 낚는 방법과 절차에만 빠져 있었는데,

잠시 밖에 나와 다시 나를 들여다 보니

실제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은 도구나 칼이라는 연장이 아니었다.

내가 즐기고 싶은 것은

고기와의 소통, 그리고 그 고기가 담겨 있는 큰 그릇과의 소통,

그리고 다시 그 그릇 속에 담겨져 있는 나와의 소통,

그리고 가끔은 고기보다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이었다.

물론 다시 나와의 소통을 통해서 가장 많이 자라고

그 자람으로 다시 밖으로 뻗으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한데 뒤섞여 굽이 치며 흘러갈 뿐이겠지만.....

 

어쨌거나 그러고 보니 형식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플라이 낚시가 아니면 어떻고, 맨손에 자멱질이라도 무슨 상관이며,

굳이 물가에 서서 낚시대를 쥐고 고기 괴롭혀 가며 고기 잡을 일이 없어도 될 것이며,

나아가 낚시라는 것 자체를 쥐고 있을 필요도 없다.

게다가 세세한 기법이며, 채비며, 지식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개개인의 즐거움과 자기 만족이라는 관점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밥 먹고 똥 싸는 일로 일상화가 가능하다.

 

논리의 비약은 그만두고, 간단히 나의 현실을 보자면,

난 이제 굳이 플라이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아직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은, 버리지 못하는 욕심 탓에

길 닦는 과정은 여전히 플라이의 오솔길을 걷겠지만,

낚시공부 혹은 공부라고 부르는 전체의 공부에 대한 본질은

본질 그 자체에 충실할 작정이다.

 

잘 드는 칼은 잘 자르며 쓰고,

무딘 칼은 잘 안 드는 일로 쓰고,

칼이 아닌 자(尺)는 자처럼 써야지....

나는 누구의 무엇으로 쓰일텐가?

혹은 무엇으로 사그러질텐가?

칼도 자도 나도 껍질 속의 알....

 

그렇다면 단순히 고기 낚는 일도

고기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낚으면 어떨까?

그것도 나쁘진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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