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고향에서 올라온 친구와 저녁을 먹자고 식당을 찾으며 거리를 걸었다.

한참을 걷던 친구가 건낸 말은

"니 와 그렇게 빨리 걷노?"

어 그랬나? 나도 모르게 친구와의 걸음을 비교해보았다.

친구는 제법 가쁘게 따라 오고 있었다.

목적지가 없는 상황에서도 내 걸음은 좀처럼 쉬지 않았다.

예전에 학창시절에 그 친구와 나는 수업시간을 조절해서 매일 함께 운동을 했었다.

적당히 지쳐서 노곤노곤한 채로 학교를 함께 오르던 느긋한 걸음.....

그렇게 걷던 때가 있었군.

아마도 세월에 닳고 닳아 다리가 버텨야 할 무게가 많이 줄었나 보다.

그도 아니면 살아 남자고 들판을 달리는 기술만 늘었거나....

세상이 빠른 만큼 걸음도 빨라야 겠지만,

늘 그렇듯 마음만 급하다.

살펴보면 내 낚시도 마찬가지다.

아직 캐스팅 같은 기본기도 못 갖춘 채, 뛸려고 하고, 날려고 한다.

남보다 빨리 서둘러 새로 나온 책을 사고, 새로운 훅을 매고,

새로 나온 기법을 연습한다.

그래봐야 정작 속 마음은 흐뭇하지도 않다.

뭔가 허전함을 나 스스로 알기 때문이겠지.

남보다 많이 알고 남보다 빨리 자라는 것만이 낚시의 전부가 아니지 않나?

마음이 급했던 나는 다시 느릿느릿 낚시의 길을 걸으며

낚시의 오솔길을 구경해야 겠다.

여기는 꽃도 피고, 저기는 잔디가 죽어 있고,

돌밭을 만나면 적당한 바위를 베고 한동안 누워 있어도 좋다.

머리를 땅에 대면 하늘도 보이고, 코를 골 수도 있다.

그리고 잠시 꿈도 꿀 수 있다....

낚시는 내게 취미다.

라고 강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