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계곡에 가는 일이 줄었다.

좋은 시절이 봄부터 한참 있었으나 별로 못 갔다.

원래 멀리 가는 것 자체를 귀찮아 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솔직히 좀 가기 싫었다.

최근에 플라이 낚시인들이 많이 늘면서

계곡이 붐비기 시작했다.

붐비니까 안 간건 아니고, 붐비기 시작하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 났다.

그 많은 일들은 즐거운 일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각 낚시의 장르마다 낚시터가 따로 있는 데,

아마도 플라이 낚시는 낚시터가 좀 좁나 보다.

그래서 다른 낚시보다 암묵적인 혹은 명시적인 룰들이 많은 모양이다.

여러가지 상황을 마음에 담아 보니 계곡에서 낚시하러 다니는 게 싫어 졌다.

그렇지 않아도 똑같은 모습의 계곡에서

당연히 있는 두어 종류의 뻔한 고기를 낚는 일이 지겨워 지기 시작하던 터였다.

그동안 그 두어 종류의 고기를 질리도록 낚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잘 낚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반골의 심보 탓인지 시들해졌다.

차라리 앞으론 계곡엘 간다면 낚시는 계획한 것만 한 두 번 던져 보고

가족과 함께 가서 발이나 한번 담그는 게 나을 것 같다.

한동안은 강낚시나 바다낚시로 바꿀 생각에 이 짓 저 짓 해보기도 했지만,

뾰족히 큰 흥이 나지 않는다.

낚시 인생의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낚시 자체가 지겨워 질 것 같다는 걱정도 든다.

그게 두려워서 캐스트 연습이니 낚시공부니 어쩌니 하면서 딴 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지도....

아직까지는 공부하는 것이 재밌으니

낚시는 머리 속으로나 하고

샛강의 어느 고수처럼 캐스팅 연습이나 다니는 게 좋을 듯,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도 학교에 다시 다녀야 겠다고, 공부를 더 해야 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는 데,

이제는 대강 짐작은 할 듯....

그런데 나중에 낚시공부마저 지겨워지면 우찌할 텐가?

그때 쯤이면 수를 늘리고,

대와 바늘을 키워서

사람이나 좀 낚아 보던가....

그도 지겨우면

다 때려 치고 잠이나 한번 길게 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