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바늘의 기원은 선사시대라고 한다.

청동기나 철기시대 이전에는 생선가시나 나무가시로 만든 낚시바늘로 고기를 낚았다고 한다.

옛날부터 아주 다양한 형태의 낚시바늘이 발전되어 왔다.

그 중에 특이한 게 일자 바늘이다. 물론 강태공의 그건 아니다.

얇은 대나무 조각 등을 다듬어서 휜 다음, 끝에 먹이를 끼워 고정시키고 물고기가 물면 탄력으로 펴지면서

식도에 가로 걸린다는 아주 특이한 방법이다.

특이한 걸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 붕어에게 몇 번 시험해 봤는데 물기도 어렵고,

수십 번에 한번 걸려 봐야 금방 털고 다녔다.

나중엔 진짜 강태공이 세월 낚을 때 이걸 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낚시꾼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나는 왜 잘 떨꿀까? 하는 것이다.

떨꾼다는 얘기는 고기를 낚아 올리다가 줄이 터지던지,   걸린 바늘이 빠지던지 해서 놓친다는 얘기다.

꽤 아까운 일이다.

낚시가게에 가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온갖 어종별 구강구조에 맞는 특수제작한

낚시 바늘들이 있지만 이들마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치가 미늘이다.

낚시바늘의 침과 반대로 조그맣게 나있는 역침을 미늘이라고 한다.

이 놈의 용도는 고기 입에서 바늘이 빠지지 말라고 달려 있는 것이지만

실제 쓰다보면 낚은 후, 고기 입에서 바늘을 빼야 할 때나, 잘못 걸린 옷가지, 장비, 심지어 내 살이나 남의 살에서

빼내야 할 때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고기 입장에서 봐도 만만치 않다. 이 놈의 낚시꾼이 잡아 먹을 땐 잡아 먹더라도

바늘 빼느라 온 입안을 다 망가뜨리니 무슨 심뽀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놓아 주는 낚시라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입 부근은 좀 낫지만 조금이라도 깊게 삼키면

여지없이 피를 보아야 하므로 낚시꾼의 속은 쓰리다.

플라이 낚시를 배우다 보니 미늘을 없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민물과 바다낚시 등에도 일부 아예 미늘이 없는 낚시바늘을 쓰기도 한다.

마릿수 위주로 잡는 속전속결 낚시 형태에서는 낚은 고기를 빨리 처리하고 다음고기를 낚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재미로 낚는 낚시에서는 쉽고 덜 아프게 놓아 주기 위해 미늘을 없앤다는 것인데,

플라이로 한 마리 잡기도 어려운 판에 걸은 녀석을 놓치면 우짤라고..... 라는 생각에

좀처럼 실행을 못하다가 언젠가 있던 일 이후로 요즘은 철저히 하고 있다.

역시 샛강에서이다. 살치라는 피라미 같은 녀석들이 있는데 이 녀석들이 날벌레를 닮은 드라이 플라이를 잘 물었다.

휙~ 한마리 걸은 녀석을 올려서 바늘을 빼는데,

아뿔사! 미늘이 달려 있는 훅이었다. 보통 쓰는 바늘은 타잉할 때 다 없앴던 터라,

또 쪼맨한 바늘이라 확인하지 않고 쓴 게 잘못이었다.

좀 깊이 삼킨 훅을 겨우 빼서는 풀어 줬는데 내장이 엉켰는지 입을 못 벌리고 호흡이 안되는 모양이다.

손가락만한 그 녀석은 몸을 좌우로 틀어 가며 수면 위를 고통스럽게 철푸덕 대고 있었다.

내가 낚시하는 동안 내내.......

보기 안쓰러워 곧 철수해버렸지만, 그 뒤론 바늘을 매면서 꼭 확인을 하고 있다.

이럴 땐 그냥 낚시줄을 잘라서 바늘 채로 풀어 주는 게 살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바늘에 비해 워낙 작은 녀석이라 그것도 못했다.

미늘을 없애는 방법은 미늘 부분을 니퍼로 꽉~ 한번 찝어주면 된다.

큰 바늘은 줄로 갈아내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미늘을 꺽음으로써 떨꾸는 위험이 늘어 날 것 같지만,

어차피 나같은 초보는 아예 걸기가 어렵지, 당겨오기가 어려운 건 아니잖아?

그리고 많은 고수들의 얘기지만 적절한 낚시줄의 긴장 유지만 한다면 그럴 일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고기랑 승부할 때 연습도 되는 듯 하다.

나는 그것보다 다른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

미늘이 없다면 고기도 좀만 기술을 연마하면 맨 바늘 정도는 가볍게 털어 버릴 수 있으리라.

이 정도라면 고기에게나 낚시꾼에게나 정정당당한 게 아닐까?

고기도 이길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남겨 두는 것......

간혹 욕심이 있는 고기들은 일자바늘이라도 뱉아 내지 않고 한참을 물고 있는 경우를 보았다.

혹시 깜짝 놀라서 이를 악물고 도망가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중엔 일자바늘이라도 고기의 성질을 파악해서 적당한 미끼로 충분히 욕심내게 만들고,

강한 충격없이 고기를 발 앞까지 이끌어 오고,

놓아줄 때 쯤 해서 지가 아차! 하며 입 벌리고 도망가도록 할 순 없을까?

미늘을 꺽고,

바늘을 꺽고,

나중엔 낚시대를 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