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광동팬과 국자를 새로 구했다.

집엔 북경팬이 있었으나 보관하기 귀찮다 보니 창고에 박혀 있었고,

식구들의 저녁을 해보려고 오랜만에 새 팬을 잡았다.

'볶음을 할까? 튀김을 할까? 집에 꼬마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해볼까.....'

나는 취미가 요리인지라 이것 저것 관심이 많다.

어쨌거나 혼자 있어도 굶지 않으니 나쁘진 않은 듯....

;  광동팬이란 긴 손잡이가 있는 일반적인 커다랗고 오목한 중국 프라이팬(북경팬)하고는

   조금 다르게, 그보다는 조금 크고 양쪽으로 손잡이가 달려 있는 녀석이다.

막상, 집에서 중국요리를 제대로 해보기란 쉽지 않다.

가정용 버너 가지고는 불을 제대로 낼 수 없는 통에 어설픈 흉내만 내 보지만,

슬쩍 맛 보기엔 그럭저럭 가능하다.

중국요리는 그 내용의 다양함으로써도 유명하지만,

단순한 조리도구와 기본적인 몇 가지 기본기로 이뤄지는 속모습이 무척 마음에 든다.

냄비와 솥 그리고 프라이팬의 기능을 두루 통틀어서 중국식 팬 하나로 해결한다.

튀김을 해도, 복음을 해도, 탕을 해도, 심지어 찜을 해도 변함이 없다.

조리를 해내는 연장도 별 차이가 없다.

계량기가 있거나 주걱이 있거나 젓가락이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크고 길다란 국자 하나로 양념도 넣고, 재료를 뒤섞고 대부분을 커버한다.

또 한가지 단순함을 더하자면 설거지 다.

팬을 통채로 씻는 일은 없다. 적당히 태워 대나무 솔로 씻고

말려서 기름 발라 태우면 끝이다.

한끼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하자면 몇 가지 솥이 필요한 것과 달리,

팬 하나로 이어서 몇 가지 요리를 해내는 방식은 요리사 입장에선 참 편안하다.

가만보면 내가 좋아하는 플라이 낚시의 모습과 어딘가 비슷하다.

중국요리에서 팬과 주걱 그리고 불만 있으면 되듯이

플라이 낚시 역시 수많은 장비와 연장이 필요하지 않고

낚시대와 낚시줄 그리고 훅이 있으면 된다.

재료의 종류와 상관없이 지니고 있는 것들을 모아서 한 편의 요리를 완성해 낸다.

한 편의 요리마다 재료 그 자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요리사의 창작이 필요하다.

어종과 상관없이 낚시꾼은 지니고 있는 훅으로 한 판의 낚시를 편다.

한 판의 낚시는 어종 그 자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낚시꾼의 창작이 필요하다.

속은 깊으나 겉은 단순한 플라이 낚시,

천변만변를 품고 있지만, 그 모습은 단순한 것....

처음에 플라이 낚시를 접해 보면 무척이나 복잡해 보인다.

이상한 낚시대와 릴, 낚시줄의 종류도 여러가지, 채비도 각양 각색에 패턴의 종류까지 세자면.....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겉모습은 단순해 진다.

플라이를 고기에게 보여 주는 것, 혹은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게 전부다.

그리고 어떻게 보여 주는가? 하는 것이 플라이 낚시꾼의 큰 도전 과정이자 즐거움이라면,

왜 고기에게 보여 주는가? 하는 것은 평생을 간직한 숙제이자 머리 아픔이다.

나는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요리란 사람이 먹는 것이고

낚시는 사람이 싸는 것이다.

요리가 사람을 키우듯,

낚시는 사람을 살린다.

지금 내가 쥔 프라이 팬의 이유는 나혼자 먹자고 하는 것이 아니듯

낚시도 함께 먹고 살았으면.....

고기나 사람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