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혼자 영화를 보다가.....


 

뜻하지 않는 방학(?)을 얻게 되어

혼자 영화를 봤다.....

 

집사람과 딸아이는 휴가 중으로 처가댁 식구들과 멀리 가 있다.

나는 출근해야 하는 일로 부득이 함께 하지 못하고 오랜만에 방학을 맞았다.

해외출장이 종종 있는 집사람은 가끔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딸아이까지 데리고 함께 떨어지는 일은 무척 드문 일이다.

어제는 아무도 없는 집으로 퇴근해보니 썰렁하기 그지 없다....-_-

정말 오랜만에 저녁시간이 남아 뭘 해볼까 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낚시 안 가구 왠일이냐구? 그건 내일 간다.....-_-;

 

혼자 오붓하게 영화 본 기억이 가물하다.....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이가 있는 처지라

대부분의 영화는 DVD나 비디오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집에서 본다.

마침 총각 때부터 갖춰 논, 요즘 유행하는 홈 씨어터 덕분에 상황은 그리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극장의 감동에 비기랴.....

머, 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멀리 가는 건 귀찮고 일단 사무실에서 제일 가까운 극장을 찾아서 미리 표를 예매하고는

땡 소리를 듣자마자 퇴근해서 영화를 봤다.

이 극장은 신기하게도 서울시내 최고의 사운드를 갖춘 곳인데,

항상 사람이 없다.

나 같은 사람에겐 딱 이다.

늘 하듯이 제일 앞자리 가운데 좌석에 앉았다.

맨 앞줄에 아무도 없는데다가 극장을 통 털어서 몇 안 되는 관람객이다 보니

앞 좌석에 앉은 나는 완전히 극장을 혼자 빌려서 보는 기분이다.

코 앞에서 울려 대는 효과음.....

어쩐지 집에서 혼자 DVD 보는 기분도 난다....-_-;

 

혼자서 영화 보는 일이란 꽤 그럴 듯 하다.

혹자는 무슨 그런 재미 없는 일이 있냐고 하겠지만,

안 가본 사람은 모른다.

정작 나도 오늘은 워낙 오랜만에 혼자 가는 영화라 사무실의 여사원이라도

불러서 같이 갈까 했지만, 그것도 좀 어색하고 해서 그냥 갔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극장은 제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보는 이, 혼자 만의 영화다.

영화에 웃다가 콧물이 나건, 울다가 눈물이 나건 혼자 삭힌다.

느낌과 감상을 나눌 이 없다.

영화가 끝나고 돌아 오는 길에도 줄곧 영화를 혼자 되새김 한다.

주인공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줄거리를 엎어 보기도 하고,

잇지 못한 실마리를 마져 이으며, 내 속의 영화 한 편으로 다시 짜 맞춘다.

멋진 한 판의 영화는 영혼을 살찌우고 살아 보지 못한 삶을 대신 살아 준다.

영화를 철저히 즐기며, 몰입의 깊이는

둘 이상 함께 한 때보다 오히려 더 깊다.

한 편의 영화는 영화를 보는 이가 느끼는 만큼 볼 수 있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그건 바로 한 판의 낚시와도 너무나 닮아 있다.

영화와 달리 주인공이 항상 둘이 있다는 점만 빼놓고.

고기와 나.....

 

어쨌거나 오늘도 이 재밌는 한 판을

식구들은 떼어 두고

나만 또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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