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여의도 샛강에 약속이 있어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서려 했다.

집사람에게는 미리 얘기를 해뒀고, 외출복을 갈아 입고 쪼마난 낚시가방을 비껴 매었다.

엄마와 함께 TV를 보고 있던 네 살난 딸 아이가 낌새를 알아 챘는지

대뜸 묻는다

"아빠 어디 가요?"

"응 아빠 잠시 나갔다 올께" 라고 얘기를 하자,

목소리도 초롱초롱 하니 냉큼 되 묻는다.

"낙씨?"

푸 헉.....-_-;

아직 낚시대도 들지 않았는데....

조그만 녀석이 눈치도 빠르지, 아빠 낚시 가는 줄 어찌 알고....

그동안 낚시 갈 때마다 새벽에 가거나 잠들고 가거나 해서 낚시 간다고 일러 준일이 없었는데,

아마도 내가 낚시 갔을 때마다 외할머니나 엄마에게 물었나 보다.

아님 들었나 보다.....-_-;

딸아이는 잽싸게 일어나 "나두! 나두 갈래" 하며 따라 나선다.

이런 낭패를 보았나....

앞으로 나의 낚시 인생이 더욱 험난해 지겠구나.

집사람 양해와 윤허를 얻기에도 적잖이 힘든 차에,

이제 딸 아이의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구나....

두 여자 섬겨 가며 낚시꾼의 절개(?)를 지키자니 쉽지 않은 일이다.

집사람이 직장으로 좀 바쁘고 먼 직장 탓에 퇴근이 늦은 터라,

평소 딸 아이는 나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오히려 나랑 지내는 게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잠시 잠시 비우는 부재에도 예민한 모양이다.

식구와 함께 하기엔 내 낚시는 좀 바쁘다. 자주 나가지 않는 통에,

캐스트 연습도 해야 되고, 고기랑 노는 척도 해야 되고,

읽고 외운 거 공부하는 척도 해야 되고.....

딸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온 식구가 함께 낚시 하는 즐거움을

나 어렸을 때의 우리집처럼 재현해 볼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제법 제약이 많다.

하지만 어쩌랴 당분간은 그렇게 살아야지....

비로소 가족을 느끼게 되는 그동안 나홀로 낚시꾼은

이제 내 아버님의 마음을 얻어야 될 것 같다.

가족과 낚시의 조화라는 마음을.....

그리고 그건 아마 삶과 낚시의 조화로 이어 지겠지.

아직은 어린 나는 아까의 딸아이 물음에 황망히 답했다.

"아니 누구 좀 만나구 오는 거야...^^"

"금방 올께!"

혹시 또 아나?

진짜 고기 잡으러 거 아니구 고기 만나러 가는 건지....

어쨌거나 그날 난 금방 와야 되었다.....^^;

그리도 돌아 오는 길엔 

낚시 가서도 언제나 고기보다 식구를 먼저 챙기셨던 아버님의 추억에 잠겼다.......